▲ 왕흥사지 승방지 북쪽 치미 위에 남쪽 치미를 올린 모습(왼쪽)과 치미를 3D로 복원한 모형. <사진=문화재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가 복원·공개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013~2014년 충남 부여 왕흥사지 발굴조사 때 출토된 백제 치미를 복원해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6~7세 백제·신라 기와의 대외교류’ 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연구소는 “이번에 공개된 치미는 이제껏 발굴된 고대 치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백제 위덕왕 4년(577) 경 왕흥사지가 창건될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왕흥사지 치미는 동쪽 승방지로 추정하는 건물지 남북 양끝에서 각 1점씩 출토됐는데, 고대 건물지에서 용마루 좌우 치미 1벌 2점이 함께 출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금당이나 강당 등 중요 건물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치미가 승방 건물에도 쓰인 것으로 보아 당시 승려들의 높은 지위를 추정하는 자료로도 주목된다.

연구소는 출토된 치미를, 전체를 한 몸으로 제작한 후 아래위로 나누어 가마에서 구워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남쪽 치미는 위쪽만, 북쪽 치미는 아래쪽만 복원하고, 3차원 입체영상(3D) 기술을 활용해 상·하부 전체 복원 이미지를 만들었다. 연구소는 “복원한 3D 영상 속 치미 높이는 123㎝, 최대 너비 74㎝”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3일 공개한 치미를 오는 29일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에 출품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왕흥사지 치미는 연화문(蓮花紋), 초화문(草花紋) 등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꼬리 부분을 하늘로 향해 날카롭게 표현해 새가 꼬리를 세우고 비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왕흥사지 치미는 백제 사비기의 기와 제작기술과 건축기술, 건축양식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말했다.

왕흥사지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2000년부터 총 15차례에 걸쳐 학술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유적이다. 이곳에선 2007년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보물 제1767호)가 발굴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