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등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자승 총무원장은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일간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전부지에 대해 “서울시가 오는 12월 즈음 최종 건축 허가를 내 줄 것 같은데, 이는 불교계를 기만하는 것이다”며 “허가를 내주면 조계종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조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던 자승 총무원장이 한전부지라는 명목으로 내년 대통령선거에도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공표한 것이다. 청빈과 도덕성을 상징하는 한국불교의 최고 수장이 46년 전에 종단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매각한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개발허가를 내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종단을 이익집단으로, 또 정치집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발언으로 심히 우려가 된다.

한전부지에 대한 대응은 자승 총무원장이 처음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한전부지 환수 사업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지난해 10월 2일 불법대출 사건으로 현재 수감 중인 전일저축은행 전 대주주 은인표 씨가 한국전력 부지 매각과 관련해 보상금을 받으려는 계획에 개입되어 있고, 조계종이 종단 차원의 TF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자승 원장은 10월 8일 불교계 기자들과 점심공양 후 차담에서 “종단 차원의 TF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조계종 관계자들은 한전부지 환수위 TF팀이 구성되어 있음을 증언했다. 또한 2016년 2월 2일 교계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조계종 관계자는 “은인표씨가 봉은사에 이 사업과 관련한 제안을 했다”고 밝히고 있어 자승원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전부지 환수와 관련한 일을 이처럼 은밀하게 추진했다는 것은 그 사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자승 원장은 TF팀의 존재를 부정하다가 2016년 2월 3일 한전부지 환수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조계종은 1970년 상공부가 수용한 봉은사 소유토지 10만평을 환수하기 위하여 서울중앙지법에 ‘토지수용 원인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조계종은 자신들이 공언한 한전부지 환수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3월 23일에는 서울시청에서 집회를 열면서 환수위는 “재벌과 더불어? 서민과 더불어? 더민주 한전부지 개발허가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펼쳤고, 참가자들은 “한전부지 개발허가하면 박원순은 대권불발, 더민주는 총선필패”라는 정치적인 구호를 내세웠다.

처음에는 한전부지 환수 팀에 대한 존재자체를 부정하더니, 봉은사땅 10만평을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하겠다고 하다가, 개발허가를 하면 총선에서 필패한다는 정치적인 구호를 내세우고, 이제는 한전부지환수위원회의 명칭도 ‘졸속행정 재벌특혜 한전부지 GBC개발 저지 봉은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원회’로 개칭하여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왔던 수행환경을 앞세워 또다시 박원순 시장의 대권행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과연 이를 납득하고 공감할 국민들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 든다.

현 조계종 집행부의 정치적이고 이익집단으로 비춰지는 수준낮은 대응이 국민들에게 불교를 왜곡되게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승 총무원장과 조계종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정치적인 대응을 중단하고 한전부지 환수 활동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나서 박근혜정부와 서울시, 한전, 현대자동차, 조계종이 공동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합리적인 절차를 진행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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