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귀 작가가 조성한 수원 보현선원 법당 후불탱 ‘석존무진법계연기설법도’.

올해 개산한 수원 보현선원(회주 성관 스님)이 새로운 형식의 현대 불화를 후불탱화로 조성해 화제다.

보현선원은 9월 7일 박경귀 작가가 조성한 높이 220cm, 너비 500cm 크기의 후불탱화 ‘석존무진법계연기설법도’(이하 후불탱)를 봉안하고 창건 불사를 회향했다.

박 작가는 후불탱을 통해 중중무진으로 연기되어 있는 법계를 표현해 존재의 무상함과 우리가 서로 둘이 아님〔不二〕의 존재임을 표현했다.

후불탱은 우주를 표현한 윗부분과 지구를 표현한 아랫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아래 부분에 표현된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속에는 틀 안에 갇힌 중생을 상징하는 수많은 큐브가 그려져 있다.

지구 위로는 동트기 전 새벽하늘을 쪽빛으로 묘사했고, 하늘 아래에는 인종, 직업, 계층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참선과 독경하는 모습을 담은 큰 큐브박스를 그렸다. 각각의 큐브박스는 통렌수행하는 티베트 스님과 이타행을 하는 수행자, 스스로 틀을 깨고 밖으로 나와 본성을 찾길 독려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하늘 중간에 서로 촘촘히 엮여 은하수처럼 가로로 길게 이어져 있는 은빛 선은 중중무진으로 연기되어 있는 법계의 모습을 상징하고, 제일 위에 그린 중앙 비로자나 부처님과 좌우의 수많은 부처님은 불성을 회복한 우리를 상징한다.

박 작가는 “우리는 불이의 존재라는 연기적 세계관을 보여줘 법당을 찾는 이들이 일상에서 이타행을 실천하는 보현행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불탱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또 “전통 불화가 불·보살 존상을 그린 것인데 비해 새로 조성한 후불탱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아 현대적 형식으로 그렸다는 점이 다르다”며, “수행과 법회를 위한 법당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에 적극 호응해 조성한 불화”라고 설명했다.

40여 년 전 불화에 입문한 박경귀 작가는 그동안 조계사, 통도사, 금산사, 백담사 등 여러 사찰의 전통불화 뿐만 아니라 수원사, 상도선원, 공군교육사 법당 등 도심포교당과 군 법당에 현대적인 불화를 조성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 왔다.

2009년에는 작업실을 불교복합문화공간 ‘선아트스페이스’로 확대 개원하고 예술가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는 비영리 갤러리 스페이스선+와 불화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선그림’을 운영하는 등 불교미술 대중화와 문화포교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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