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우희종 서울대교수, 강병균 포항공대교수, 박병기 교원대 교수가 ‘가을 밤 한국불교를 휘젓다’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우희종교수는 한국불교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불교개혁을 주장했고, 강병균교수는 일부 승려들을 중심으로 한국불교가 ‘참 나’ 불교에 매몰되어 있으며, 윤회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 박병기교수는 한국불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현실에 동의를 하면서도 다양한 논의와 진단으로 이를 개선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들의 주장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종행위자, 훼불론자라는 비난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안티들의 대향연’, ‘딴지 걸고 싶은 사람 모두 모여라’는 이번 토론회의 부제가 그러한 현실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뒤에서 비판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불교답게 한 자리에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이들 교수들의 주장을 온라인을 통해 근거없는 비방이라고 공격해 온 안티들은 이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어 자신들의 근거있는 주장을 펼쳐줄 것을 주문한다.

이들 세 교수의 주장은 한국불교가 개혁을 통해 변화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 우희종 교수가 ‘한국불교는 변태불교’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현 종단의 기득권자들은 한국불교를 폄하하는 발언이라고 공격하지만, 불야탸조야타(佛也打祖也打)를 통해 정체된 관념을 타파할 것을 주장한 역대 선승들의 입장에서 보면 변태가 아닌 것이 오히려 깨달음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한국불교에서는 선종(禪宗)이 정통이다. 그런데 선종은 애초에 중국불교의 이단종파(異端宗派)였다. 기성불교에 대한 소수의 비판적 종파였던 것이다. 선종이 태동할 당시 불교계는 권력과 결탁한 과보로 혼탁하였다. 오죽하면 《속고승전(續高僧傳)》에 나오는 혜만 선사가 좋은 토굴과 공양을 대접하겠다는 신도에게 “천하의 승려들이 없어질 때가 오면 그대의 공양을 받겠다”고 했을까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권력과 자본에 결탁하여 문란했던 기존 불교계의 가치체계에 정면으로 도전한 선종은 결국 중국에서 불교의 정통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 전통을 이어 받은 우리나라에서도 불교의 정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한국불교가 오늘날에 이르러 기존의 가치체계, 즉 낡은 것으로 전락한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의 가치에 집착하는 토론으로는 낡은 것으로 전락한 한국불교를 혁신 할 수가 없고,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파구입신(破舊立新)의 실천이 절실하다.

이번 토론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의 개혁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토론회는 일부 지식인이나 승려들의 지적인 허영심을 채우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가치, 즉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날카로운 지혜로 무명의 번뇌를 끊어 버리는 토론과 비판을 통해 한국불교의 새장을 열고, 한국불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활로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불교의 위기는 불교자본가를 자처하는 일부 권승들이 헤쳐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중생에게 병이 있는 한 병에서 완전히 나을 때까지 약과 의사와 그들의 간병자로 남기를 바라며, 먹을 것과 마실 것의 비가 되어 굶주리고 목마른 자의 고통을 없애주며, 절망하고 가난한 중생에게 다함이 없는 재물이 되기를 바라는 대다수 수행자와 불자들의 원력과 실천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토론회에 불자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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