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어》에 <옹야편(雍也篇)>이 있는데, 이 대목은 공자와 그의 제자 옹야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이런 인연으로 훗날 이 책의 편집자는 편명을 그렇게 붙였다. 옹야의 자(字)는 중궁(仲弓)으로, 안회와 더불어 인격이 훌륭한 사람으로 스승 공자의 칭찬을 받던 인물이다.


중궁의 질문이 계기가 되어 공자는 제자 안회를 그리워하며 그에 대해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안회는 배움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다른 데서 화가 난 감정을 제3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 게다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안회의 장점을 이렇게 셋을 들고 있는데, 그것을 한자 원문으로 다시 적어보면, 첫째가 호학(好學)이고, 둘째가 불천노(不遷怒)이고, 셋째가 불이과(不貳過)이다. 안연은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오죽이나 스승이 마음이 아팠으면 하늘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냐고 탄식했다. 중국 고전을 읽는 독서인들 사이에 오래도록 울림이 되는 사연이기도 하다.

2.
요즈음 인터넷 신문이나 TV 뉴스를 보면, 끔찍한 사건들이 적잖이 소개된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사건들이 그것도 가까운 가족 사이에 일어나곤 한다. 이런 사건 보도를 접할 때면, 사건 현장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공통점은 ‘속이 상해서’ 또는 ‘잘못된 생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행한 범죄 행위를 ‘후회’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범죄행위는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거기에 ‘시간의 흐름’이 있다. 요 ‘시간의 흐름’을 잘 활용하여 감정을 잘 처리해야 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과 의견이 달라서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어쩌면 인생살이의 큰 숙제일 것이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서 처음에는 대화로 시작을 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완전하게 해소되는 경우도 있고, 또 때에 따라서는 입장 차이만 서로 확인하고 평행선을 긋는 경우도 있고, 또 현실을 감안해서 완전하게 서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타협점을 찾는 경우도 있다. 가장 극단적이고 서로가 불행에 빠지는 경우는 국가가 정해놓은 법을 어기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상대의 몸을 해치거나 나아가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일반화 시키면 개인을 넘어선 국가들 사이에 일어나는 전쟁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면 어떻게 이런 불행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보면, 결국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이런 불행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욱’하는 성질이 일어난 순간에, 마음을 가다듬고 이성을 발동시키는 것은 거의 성인의 경지이다. 당연하지만, 남 앞에서 말을 하고 대중을 향한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가는 필자는, 지나고 돌아보면 볼수록 한 없이 부끄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 보다는 상대적으로 오래도록 덜 변하는 감정인 이성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3.
‘욱’하는 감정이 일어나면, 일단 제 자신이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줄을 얼른 알아차리고 말과 행동을 줄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 실수임을 인지하면 즉시 반성하고 절차에 따라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불이과(不貳過)’이다. 여기에 위에서 인용한 안회의 사례처럼 ‘불천노(不遷怒)’의 덕성을 함양하도록 노력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무엇에서 왜 화가 났는지를 곰곰이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풀어야 한다. 참아서 될 일은 아닌 듯하다. 쌓아두면 언젠가는 그것이 화근으로 힘을 보탠다.

푸는 방법으로 필자는 대화를 우선 꼽는다. 당사자와의 대화도 있겠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성을 고백하는 것도 있다. 이때에 ‘좋은 주변’을 만나면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이 셋 이상 모이면 반드시 그곳에는 스승 될 만한 지혜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배워야 한다. 공자님의 제자 안연의 ‘호학(好學)’도 필자에게는 이렇게 읽혀진다. 이상의 모두는 필자에게 해당하는 것인데, 이 기회에 독자들도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 한국선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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