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검은 생명을 살리는 검이다. 내가 살자고 남을 해치는 검이 아니라 더 많은 생령을 위해 내가 죽자는 검이다. 이 검으로 목숨을 바쳐 불조의 혜명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천년의 전쟁(1·2)》은 16세기 조선의 임진왜란에서 크게 이름을 떨친 시대의 의승 서산대사를 조명한 역사 소설이다. 저자 신지견 씨는 2014년 탈고한 대하소설 《서산(1~10)》에 대한 아쉬움으로 간행된 책을 모두 폐기시킨 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이 소설을 집필했다.

《서산》이 기존에 출간되어있던 《선가귀감》과 《청허당집》을 중심으로 소설의 얼개를 짜는 수준이었다면 《천년의 전쟁》은 서산대사에 대한 더욱 깊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사바세계를 구현해내는데 방점을 찍었다. 서산대사와 조선 선승들의 발걸음을 좇아 전국의 산하를 유랑하듯 답사했고, 대흥사 절집에 7년을 눌러 앉아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

이 책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젊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심선사로부터 지엄, 영관을 거쳐 서산으로 이어지는 조선 중기 선불교의 흐름을 심도 있게 그려내면서 선불교의 깨달음이 어떻게 민중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도의 정신적 깊이를 가진 선승들이 어떻게 시대의 암울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전쟁을 포함한 난제들을 해결해나가느냐를 작가의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상상력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신지견 | 새움 | 각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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