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와 ‘청빈한 삶’은 수행자의 미덕이다. 애착과 침착, 탐착 등 모든 상에 대한 착심을 버렸을 때 번뇌 망상이 사라져 청정한 혜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승가 구성원이라도 반드시 지녀야 하는 것이 있다. 치아를 정리하는 치목부터 예경을 올려야 하는 불상에 이르는 ‘비구 18물’이다.

월간 <고경> 편집장인 유철주 작가가 스님이 지닌 ‘물건’에 주목해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 《스님의 물건》을 통해 열네 명의 스님과 재가불자 두 사람의 물건을 소개한다. 소유의 개념이 아닌 수행길에 함께하는 도반이자 경책을 주는 스승으로서의 물건 말이다.

저자는 “스님의 물건에는 그 스님의 정신과 원력이 깃들어 있다”며 “스승으로부터 받은 것,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 공부와 정진을 위한 것 등 물건을 통해 수행자들의 삶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에 소개된 물건을 미리 살펴보자면 이렇다. 조계종 원로의원 월서 스님은 당신의 ‘붓’을, 광주 각화사 주지 혜담 스님은 스승인 광덕 스님에게 받은 ‘보리수 잎’을 간직하고 있다. 인도에서 한국불교를 찾아 온 강화 연등국제선원 주지 혜달 스님은 스승 ‘원명 스님의 여권’을 물건으로 내놓았다. 그런가하면 조계종립 특별선원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수좌 스님들의 열정’을, 전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외국인 상좌들’을 당신의 물건으로 내세웠다.

스님의 물건은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생명이 있는 것, 없는 것으로 다양하다. 물건에 깃든 불연과 인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물건에게서 그의 인생과 수행의 자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철주 | 맑은소리맑은나라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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