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존께서 대중에 두루 말씀하시기를 다음과 같이 하셨다.
“내가 깊이 관조한 반야로 모든 육도의 산과 바다에 살아가는 중생을 두루 관찰하건대, 이 삼계1)는 근본적인 자성(根本性)을 떠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적멸하니 허공의 모습(虛空相)과도 같고 이름도 없고 식(識)도 없어 모든 존재를 영구히 끊는다.2) 본래 평등하여 높고 낮은 모습이 없으며 보거나 듣거나 인식할 만한 것(見聞覺知) 3)조차 없다. 묶지도(繫縛) 4) 못하고 해탈한다고도 못하며, 중생도 수명도 없고, 생기지도 아니하고 일어나지도 않고, 다하거나 멸하지도 않는다. 세간이라 할 것도 비세간이라 할 것도 아니며, 열반이나 생사를 모두 얻지 못하며, 일체의 상이 끊어져 하나도 가진 바 없으니 법성(法性)이 이와 같구나.” -열반경(涅槃經)

84.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존재는 허망하니 티끌5)과 같은 까닭이며, 모든 존재는 궁극의 경지이니 물속의 달이나 물거품과도 같은 까닭이다. 모든 존재는 적정(寂靜)하니 생로병사와 여러 과실과 우환6)을 떠난 까닭이며, 모든 존재는 모여진 바(聚) 없으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자성이 없으니 모든 성품에 초월하기 때문이며, 모든 존재는 의지할 것도 없으니 경계가 공(空)한 까닭이다. 모든 존재는 받을 바(報)가 없으니 그림자와 같기 때문이며, 모든 존재는 애착에 물듦이 없으니 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7) 모든 존재는 해탈이니 서로 상속하지 않기 때문이며, 모든 존재는 평등하니 쌓임(積聚)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분란이 없으니 모든 얽힘(諸纏)을 떠난 까닭이며, 모든 존재는 피안(彼岸)이 없는데 차안(此岸)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여, 응당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존재는 이와 같아 널리 설할 수 없는 것이니라.” -정업장경(淨業障經)

85. 생사와 열반 모두 자성(自性)이 없으며 더럽혀지거나 파괴됨이 없으니, (이는) 본래 청정하고 항상 적멸(寂滅)하기 때문이다. -대승십이송론(大乘十二頌論)

86. 법은 자체가 없으므로 주관(能取)과 객관(所取)이 공하며 일체만법8)이 공하다. -대승중관석론(大乘中觀釋論)

87. 오온(五蘊)9)의 자성(自性)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공하니 색이 곧 공이라 할 것이고, 공은 곧 색이라 할 것이다.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아니하며, 수와 상과 행과 식도 또한 그러하다. 일체의 존재가 모두 이와 같아 생(生)도 없고 멸(滅)도 없으며, 번뇌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지도 않으며, 늘어남도 없고 줄거나 멸하지도 않느니라. -성불모반야경(聖佛母般若經)

88. 지계(地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거친상(麁澁相)이 없다. 수계(水界)가 곧 법계이다. 유연한 상(柔軟相)이 없다. 화계(火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따뜻한 상(溫熱相)이 없다. 풍계(風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움직이는 상(動轉相)이 없다. 안식계(眼識界)는 곧 법계이다. 법계는 살피는 상(瞻視相)이 없다. 이식계(耳識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듣는 상(聽聞相)이 없다. 비식계(鼻識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냄새 맡는 상(能嗅相)이 없다. 설식계(舌識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맛 보는 상(了味相)이 없다. 신식계(身識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느끼는 상(覺觸相)이 없다. 의식계(意識界)가 곧 법계이다. 법계는 관찰하는 상(觀察相)이 없다. 이와 같이 자체(自軆相)와 법계(法界相)의 상이 둘이 아니고 나뉠 수 없고,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가 둘이 아니고 나뉠 수 없다. 윤회(輪迴界)와 열반(涅槃界)이 둘이 아니고 나뉠 수 없고, 공계와 법계가 둘이 아니고 나뉠 수 없다. 성품(性)이 공(空)한 까닭에 분별을 떠난 까닭이기 때문이다. -보살장정법경(菩薩藏正法經)

각주
1)삼계육도(三界六道) : 생사 유전(流轉)을 거듭하는 미혹의 세계인 욕계‧색계‧무색계를 삼계라 한다. 이 삼계를 6종으로 나누면 지옥도(地獄道)‧아귀도(餓鬼道)‧축생도(畜生道)‧아수라도(阿修羅道)‧인간도(人間道)‧천상도(天上道) 등의 6도.
2)원문은 ‘諸有ᄅᆞᆯ 永斷ㅎㆍ며’이다.
3)견문각지(見聞覺知) :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등의 여섯 감관을 통해 심식(心識)이 객관세계에 접촉함을 모두 지칭한다.
4)원문은 ‘霧縛’이며 ‘繫縛’에 대한 인쇄상의 오기로 보인다.
5)원문은 ‘野馬’이다. 여기서는 진애(塵埃)의 뜻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야생마로 사용되고, 경우에 따라 봄날의 기운에 의해 생성된 아지랑이(游氣)로 표현되기도 한다.
6)원문은 ‘過患’이다. 過失과 憂患의 줄임말이다.
7)원문은 ‘所屬’이다.
8)원문은 ‘일체종(一切種)’이다.
9)오온(五蘊) : 물질과 정신적인 요소로 일시적인 화합에 의해 성립된 존재.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의 5온이 임시로 모여 존재를 구성한 오취온(五取蘊)을 지칭한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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