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해예술제를 모두 마치고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인사하고 있다. 무대 가운데에 이사장 법진 스님을 사이로 만해 스님의 딸 한영숙 여사, 사회자 김종엽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 암흑기에 민족의 자존심으로 남았던 만해 스님. 그토록 염원했던 조국독립을 이루기 한 해 전 1944년 6월 29일 입적한 만해 스님.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은 설립조사의 한 분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입적 72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제2회 만해예술제를 18일 오후 4시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봉행했다.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열린 올해 만해예술제는 새로이 선보인 창작안무와 만해시 창작곡 등으로 지난해와 같이 심금을 울리고 감명을 안겼다. 

이날 만해예술제에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비롯한 재단 임원진, 장로, 지역 범행단장 스님과 각 분원장 및 신도가 참여해 60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웠다. 만해 스님의 딸 한영숙 여사와 문태선 북부보훈지청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제1부 마지막 순서를 앞두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라 하신 만해 스님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일련의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지러운 시대에 밝은 등불과 같았던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우리들의 가슴에 되새길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만해예술제는 국악인 김종엽 선생과 민은경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제1부는 8개 분원 합창단이 마련한 추모합창제, 제2부는 새롭게 선보인 창작안무 등 시와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종합추모예술제로 꾸며졌다.

첫 무대는 아산 보문사와 천안 쌍용선원 합창단의 ‘만해 선사님이시여’(지휘·민병룡, 반주·서은지)   합동공연으로 장식됐다.  이 곡은  선학원 총무이사 송운 스님이 작사한 것으로 만해 스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 만해예술제 제1부 추모합창제는 아산 보문사 합창단과 천안 쌍용선원 합창단이 공동으로 '만해 선사님이시여'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인도, 미얀마 등지에서 해외봉사·공연활동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은 안산 길지사 합창단의 ‘눈부신 정토’도 (지휘·박보경, 반주·최금실)  큰 박수를 받았다.

탄탄한 무대경험을 갖춘 제천 강천사 합창단의 ‘그렇게 오신 님’(지휘·이동원, 반주·최선영)  공연에 이어 대전 삼광사, 양산 홍룡사 합창단의 ‘무상’(지휘·조창준, 반주·정재연)  합동공연이 펼쳐졌다. 두 합창단은 지역이 멀리 떨어져 함께 연습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앙상블을 선보였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천 관음선원 합창단의 ‘거룩한 손’(지휘·박서향, 반주·조혜자)은 관객들로부터 응원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사장 법진 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제1부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선학원 어린이집 연합 합창단 유아들은 ‘아름다운 세상’과 ‘아! 대한민국’을 불렀다. 특히 '아!대한민국'을 합창할 땐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율동을 펼쳐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2부는 만해 스님의 시를 종합예술로 재해석한 신진 예술가들의 무대였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씨는 만해 스님의 시 <비밀>에 재즈풍 보컬을 덧입혔다. 현대무용가 박준희, 소광웅 씨는 <님의 침묵>을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몸의 언어, 즉 창작안무로 처음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올해 만해예술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님의 침묵' 창작 안무. 안무를 짠 박준희와 소광웅(남) 무용수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판소리와 굿음악, 타악기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는 음악가 정재일 씨와 함께 만해 스님의 시 <알 수 없어요>를 작곡과 편곡해 이날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구수하고도 애절한 판소리 보컬에 감각적인 멜로디, 중앙대 성악단의 웅장한 배경이 어우러져 공연의 색채를 더했다.

공연의 대미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가사를 쓰고 김시율 총감독이 곡을 붙인 만해 스님 70주기 추모곡 ‘님이시여’가 장식했다. 소리꾼 정준태, 민은경 씨를 비롯해 합창단 참가자 전원이 만해 스님을 기리는 음성공양에 화음을 맞췄다. 

▲ 만해예술제의 마지막을 장엄한 창작곡 '님이시여'를 소리꾼 정준태와 민은경이 부르고 있다. 전체 지휘는 조원행 선생이 맡았다. '님이시여'는 만해 스님 입적 70주기를 맞아 이사장 법진 스님이 작사하고 김시율 감독이 작곡했다.

만해예술제는 재단법인 선학원이 주관·주최하고 김시율아트컴퍼티가 총괄 제작했으며 국가보훈처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는 24일 밤 9시, 25일 낮 1시 50분, 26일 낮 2시 50분에 BTN불교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한편 입적 72주기 만해 스님 추모다례재는 오는 29일 오후 4시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엄수된다. 

글 모지현 · 사진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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