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을 지탱해주는 살은 뼈대이다.
   우산살이 부러지면 소낙비를 피할 수 없고, 부챗살이 동강나면 바람을 부르지 못하듯이 바퀴살이 절단 나면 달리던 수레도 멈추고 만다.
   윤회의 수레바퀴에도 차륜車輪과 연륜年輪이 있으니, 살로써 마음을 잃을까 두렵다.

   만약 물질을 삶의 뼈대로 삼고 산다면 닳으면 버려지는 차바퀴가 될 터이니 고행만 하다 말 것이고, 나잇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나잇살 때문에 찬 밥 신세이니 어찌 고해의 밤바다를 벗어날 수 있으랴.
   나이테를 만들지 못해 뿌리가 얕아 바람 잘 날이 없는 걸, 누굴 탓하겠는가.
물질에는 살煞이 있어서 옳게 쓰지 못하면 모질고 독한 기운이 되돌아서 해를 끼치니, 살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누구든 한낱 부품일 뿐이다.

   그저 사그라지는 나이일지라도 개념 같은 이념의 살을 끼워 수레바퀴를 굴리면, 구를수록 바퀴의 중심축에 연륜이 쌓이고 삶이 깊어지니, 살로써 살을 날린 덕분이다.

엄도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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