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추진위원회’가 지난 6월 3일 우리 선학원에 공문을 하나 보내왔다. 제3차 대중공사에서 종단과 선학원 문제를 상생의 입장에서 다루기로 결의했으니 선학원의 이사들과 분원장 스님들이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우리 재단에서는 곧 ‘정중히 거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 우리 재단에서 누누이 설명했던 내용이다. <법인관리법>부터 폐지하라는 것이다.

우리 선학원이 대중공사추진위원회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두 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우선 대중공사 자체에 대한 불신(不信)을 들 수 있다. 100인 대중공사는 총무원장 선출제도와 관련하여 지난 4월 일곱 번의 지역대중공사를 개최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무원장 직선제’가 60.7%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도 주최자인 대중공사추진위는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에 제대로 된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불교닷컴>이 기사를 통해 “조계종은 직선제를 두려워한다. 대중의 뜻은 무시하고, 의도한 의견을 전체의 결론처럼 정리한다.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는 60%가 넘는 직선제 요구를 묵살했다. 대신 ‘참종권 획기적 확대’라는 정치공학적 수사로 대중의 의견을 제멋대로 정리했다.”고 비판했겠는가.

그런데도 대중공사 공동추진위원장 도법 스님은 지난 5월 18일 열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2차 전체회의에서  “대중공사가 특정 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본래 취지를 잃는다. 대중의 지혜를 모아 종회에 제안하는 것이 대중공사의 역할”이라며 스스로 그 의미를 축소해버렸다. 뿐만 아니다. 도법 스님은 또 “지역대중공사가 ‘직선제냐 아니냐’를 묻는 것처럼 돼 버렸는데, 이는 운영상의 미숙한 부분도 있고 대중의 정서가 강렬하게 표출됐기 때문이다. 대중공사는 분열과 갈등, 대립이 아니라 소통하고 화합하자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러면 대중공사라는 이름으로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대한 의견을 왜 물었다는 말인가.

지역대중공사 설문조사 결과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평가하는 질의에 80.2%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이 황당한 스님은 직선제라는 “강렬하게 표출”된 대중의 열망을 제안조차 하지 않고 ‘소통하고 화합하자’는 말로 뭉개버렸다. 한 마디로 대중공사라고 하는 것은 한 판의 쇼였고, 전국투어에 참여한 700여명의 사부대중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2015년 1월 28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100인 대중공사 출범식 모시는 말을 통해 “일각에서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향해 정치적인 쇼라고 치부하거나 들러리라며 외면하고 있다. 오늘의 대중공사는 정치적인 쇼가 아니며, 이 자리에 참석한 대중공사 위원들이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이렇게 됨으로써 그 발언이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자승 스님이 뭐라고 변명할지 지켜볼 일이다.

도법 스님 개인에 대한 불신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따지고 보면 도법 스님의 이 같은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나만 예로 든다. 도법 스님이 2014년 7월 31일 조계종 화쟁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종단-선학원 갈등에 대한 제안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우리에게 보내왔다. 이 공문을 통해 “<법인관리법> 제정에 따른 종단과 선학원의 갈등으로 종도들이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있으”므로 “종단과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합리적 대화와 대중공의를 통해 화쟁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제안”했다.

화쟁위가 2014년 7월 8일 발표된 종정 스님의 시중(示衆)을 명분으로 삼아 우리 선학원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실제로는 당시 야권 종책모임인 삼화도량이 조계종-선학원 갈등 해결을 위해 화쟁위원회가 중재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나선 것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 재단은 공문을 통해 “중재할 의사가 있었다면 법인법이 공포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 화쟁위원회와 대화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회신함으로써 도법 스님은 ‘화쟁’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공개적인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도법 스님은 허울 좋은 ‘화쟁’이나 ‘자성과쇄신’ ‘대중공사’ 등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불교계에서는 도법 스님이 갖가지 범계와 범법행위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계종 현 집행부의 호위무사(護衛武士)에 불과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스님이 이끄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가 제3차 대중공사에서 종단과 선학원 문제를 상생의 입장에서 다루기로 결의했다고 하니 그 숨겨진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개최한 ‘왜 대중은 직선제를 택했나’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이야기 마당에서 <불교포커스> 정성운 기자가 했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대중공사의) 다음의 주제가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 문제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선학원 이사회가 불참을 결의함에 따라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가운데 상층에서 주도하는 주제여서 직선제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기자는 지금 후끈 달궈진 ‘직선제’ 논의가 ‘조계종-선학원 갈등’ 문제로 덮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게 기우(杞憂)라고 본다.

100인대중공사에서 조계종-선학원 갈등 문제를 다루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5년 10월 8일 이른 바 ‘선학원정상화를위한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이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 안건으로 다뤄줄 것을 제안하면서부터이다. 법등 스님은 ‘염화미소법’을 제안한 장본인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분과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총무원장선출에관한법’ 제정안을 확정했다. 제정안은 ‘염화미소법’을 근간으로 ‘복수 후보 선출 후 추첨’이라는 방식을 담았다. 다만 “대중공사 결의사항을 법안에 담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선거인단을 706명으로 확대했을 뿐이다.

모르긴 해도 ‘총무원장선출에관한법’ 제정안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중공사라고 하는 ‘쇼’를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 ‘쇼’를 통해 이미 대중들은 직선제에 대한 서로의 열망을 알아버렸다. 이젠 늦었다. 어떤 사안으로도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조계종-선학원의 갈등’이라는 비장의 카드일지라도 말이다.

-본지 편집인 · (재)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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