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心의 緣起

66. 연(緣)이 있으면 업(業)이 있고, 연(緣)이 있으면 생각이 생긴다. -불모출생경(佛母出生經)

67. 청정한 진여(眞如)1)는 아득한 옛날부터 평등하여 그 자성(自性)이 청정하고, 생기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가지도 않고 오는 일도 없으며, 또 머무는 장소도 없다. 진여의 이성(理性)이 자성을 지키지 못하는 까닭에 연(緣)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염정진여(染淨眞如)2)라고 이름한다.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

68. 마음으로 모든 존재를 만들고, 마음으로 그 결과(果)를 초래하니, 그 마음은 인연(因緣)을 따라서 생겨난다. -제법집요경(諸法集要經)

69. 마음은 본래부터 생기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없어서 그 본성이 언제나 청정하지만, 외부의 경계[客塵煩惱]3)에 의해 물들기 때문에 분별(分別)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지세경(持世經)

70. 마음은 경계(境界)를 따라 흘러가는 것으로 쇠와 자석의 관계와 같다. -능가경(楞伽經)

71. 이 마음은 본래부터 그 성품이 청정하지만, 무명(無明)에 의해 물들기 때문에 번뇌의 마음[染心]4)이 있게 된다. -기신론(起信論)

72. 비유하건대, 큰 바다의 물결이 거센 바람 때문에 일어나면, 큰 파도가 바다에 물결쳐서 끊어질 때가 없게 된다. 아리야식(阿梨耶識)5)도 그러하여 경계(境界)를 따라서 생기는 바람이 불어 흔들면, 여러 식(識)의 물결이 치솟아 날뛰고 생겨난다. -입능가경(入楞伽經)

73. 쇠는 자석으로 인해 움직이는 방향이 바뀐다. 장식(藏識)6)도 이와 같아서 분별을 따라 움직여서 모든 세상에 두루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밀엄경(密嚴經)

제3장 제법(諸法)

제1절 제법(諸法)의 체성(體性)

제법(諸法)의 공적(空寂)

74. 법성(法性)은 본래 공적하여 모든 상(相)이 없고 허공과 같아서 분별하지 아니한다. 모든 집착(取着)에서 초월하고, 말로서 표현하는 길도 끊어져 진실로 평등하고 항상 청정하다. -화엄경(華嚴經)

75. 모든 존재는 이름도 없고, 종성(種性)도 없으며, 오고감도 없으며, 다르지도 않고 다르지 않음도 아니고, 여러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가 아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둘이 아님도 아니다. -화엄경(華嚴經)

76. 여래(如來)께서 설하신 가르침은 다 취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진리도 아니고, 진리가 아닌 것도 아니다. -반야경(般若經)

77. 모든 법계(法界)는 허깨비와 같고, 모든 부처는 그림자와 같고, 보살은 꿈과 같고, 부처님의 설법은 메아리와 같으니, 일체세계(一切世界)가 모두 이와 같은 것[化]7)이다. -화엄경(華嚴經)

-각주
1)진여(眞如, bhūtatathatā): 우주 만유에 보편한 상주 불변하는 본체. 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 보편적인 진리. 마음에 있는 그대로의 진실. 모든 존재의 참된 모습. 만유의 근원. 여(如)는 불교의 용례에서, 사물의 진수(眞髓)를 가리키는 주어이자 명사로서 쓰임.
2)염정진여(染淨眞如): 번뇌에 물든 眞如와 청정한 眞如.
3)우연히 밖으로부터 들어온 먼지와 같은 번뇌. 외부로부터 와서 우리의 청정한 마음을 더럽히는 번뇌.
4)염심(染心, klista-citta): 더렵혀진 마음. 번뇌의 마음.
5)아리야식(阿梨耶識, ālaya-vijñāna): 아뢰야식(阿賴耶識), 아려야식(阿黎耶識). 모든 법(法)의 근본이 되는 식이라는 점에서 본식(本識), 또는 장식(藏識). 제8식(第八識), 택식(宅識)이라고도 함.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에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를 여덟 가지 단계로 분석 설명하는데, 이 가운데서 마지막의 제8식에 해당하는 것. 일체법(一切法)의 종자(種子)를 갈무리하고 일으키는 근본 심리작용.
6)장식(藏識): 아리야식(阿梨耶識), 아라야식(阿羅耶識)과 같은 말.
7)화(化, nirmita): 불가사의한 술법으로 가지가지 모양을 드러내는 것. 변화하여 나온 것. 가짜 모습을 나타낸 것. 화작(化作): 신통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부처나 보살이 사람을 인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몸, 또는 사물을 만들어 내는 것. 사물을 조작하여 변화시키는 것.

-한국불교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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