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이나 쉬었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벽창우(碧昌牛) 같은 인물들에게 맨날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지겨웠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꿈쩍도 않는 작자들과 대거리를 하는 것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있다. 조계종 집행부 대신 총대를 메고 돈키호테처럼 설쳐대는 한 인물과 관련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절집에 떠돌아다니면서 늘그막에 망신을 당하고 있는데, 나까지 거기에 합세하는 게
썩 내키지도 않았다.

때마침 종단에서도 총무원장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니 염화미소법이니 하면서 관련자들이 정신이 팔려 있는 바람에 조계종-선학원 갈등 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져 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또다시 ‘조계종단과 선학원 현안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동의서’라는 걸 들고 다니며 분원의 스님들을 뇌고롭게 한다고 하기에 그 내용을 한 번 살펴봤다.

별것도 아니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이른 바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ㆍ전국비구니회ㆍ‘선미모’가 공동으로 지난 3월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던 바로 그거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재단이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입장을 밝혔으므로 웬만한 분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그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신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으며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 분원장 스님들이 오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들이밀고, 분원에서 몇 시간씩 버티고 앉았는가 하면 심지어 종단에서 징계를 할 거라고 협박하면서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종단에 요구하고 있는 네 가지를 먼저 살펴보자.
“종단은 1. 선학원 소속 승려와 도제에 대한 각종 권리제한을 해제해야 한다. 2. 선학원이 법인법에 의한 법인등록이 아닌, ‘선학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법에 적용을 받도록 한다. 3. 선학원을 특별교구로 지정하고 원로의원과 중앙종회의원(2석)을 배정하며, 선학원의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4. 징계를 받은 선학원의 임원을 사면해야 한다.”

관련 없는 사람들이 얼핏 보면 우리 재단을 꽤 생각해 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나하나 짚어 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1항 “선학원 소속 승려와 도제에 대한 각종 권리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종단에서는 권리 제한을 이미 해제해둔 상태다. 작년 11월 17일 조계종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 명의의 ‘(재)선학원 소속 분원의 창건주, 분원장 및 관련 도제에 대한 권리제한 해제’ 공고를 통해 권리제한 해제조처를 단행했다. 종단과 친밀해 보이는 언론에서 “종법으로 규정된 권리제한 조치를 총무원이 특별조치로 유예한 것은 종법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조계종이 사실상 선학원에 ‘백기투항’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질타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권리제한 해제를 요구한 것은 둘 중 하나다. 권리제한이 해제된 줄 모르고 있거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쇼거나. 어느 쪽일까?

2항에서는 ‘선학원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한다. 그간 우리 재단이 <법인관리법> 폐지를 일관되게 요구해 왔기 때문에 저들은 표면적으로 그 요구를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그보다 더 악법(惡法)인 ‘특별법’을 통해 우리 재단을 지배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특별법’은 ‘법인법’과 더불어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1994년 종회 회의록을 펼쳐보면 다 나온다. 이는 수 십 년 간 이어져 오는 종단의 재단 장악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종단의 수뇌부와 교감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3항에서는 “선학원을 특별교구로 지정하고 원로의원과 중앙종회의원(2석)을 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 재단의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이 말에 혹해서 그렇게 기가 막힌 조건을 왜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항의를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종단권력에 눈 먼 자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그래도 참고가 될까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 재단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것들을 요구해 본 적이 없다. 흔히 우리와 비교되는 다른 재단에서는 어떤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재단 임원들로부터 그런 데에 관심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넘어가자.

그들은 3항 뒷부분에서 “선학원의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종단에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이 요구가 관철될 거라고 믿는 걸까?

2014년 9월 24일 조계종 홍보팀에서 조계종 홈페이지에 올린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을 보면 “현재 종단 스님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법인은 약 200여개... 10여개의 ‘사찰보유법인’과 ‘사찰법인’은 1년 단위로 신고하며, ‘선학원’과 ‘동국대’는 종단이 직접 출연한 기관이기에 종단 스님이 일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962년에 출범한 조계종이 훨씬 그 이전에 설립된 선학원과 동국대에 어떻게 직접 출연을 할 수 있었는지 하는 황당한 주장은 논외로 치고, “종단 스님이 일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변명할 건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선학원의 고유권한을 지켜주겠다는 것은 고양이가 쥐 생각해준다는 것과 똑같다. 거짓말이다.

또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2002년 3월 6일 당시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과 총무원장 정대 스님이 합의에 서명함에 따라 <총무원법>을 개정하여 “재단법인 선학원의 인사권,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재단법인으로서의 고유권한을 일체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제24조를 신설했다가 12년 후인 2014년 3월 20일 개정을 통해 이 조항을 삭제했다. 삭제에 앞선 3월 12일 우리 선학원의 교육이사 철오 스님, 재무이사 현진 스님과 내가 조계종 총무부장 종훈 스님, 기획실장 일감 스님, 종회의원 정범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법인법>이 <총무원법> 제24조의 내용을 위배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종단이 재단법인으로서 선학원의 고유권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지금도 여전히 “고유권한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그래도 선학원 이사 3분의 1을 달라고 요구한 게 양심에 걸렸던지 인사권 부분은 슬쩍 뺐다. 이것도 둘 중 하나다. 무지(無知)거나 거짓말이거나.

마지막은 “징계를 받은 선학원의 임원을 사면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장식하고 있다. 우리 재단에서 그 이튿날 즉각 낸 성명서를 통해 밝혔지만, 사면(赦免)이라는 말은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 선학원 임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조계종이 어설프게 정부 흉내를 내며 삼권분립(三權分立)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걸 통해 삼권분립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걸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고, 적어도 조계종에는 ‘정의(正義)’가 사라졌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인다면, 이른 바 ‘멸빈자’ 4명 가운데는 어느 누구도 사면을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음은 그들이 우리 선학원에 요구하고 있는 네 가지를 한 번 살펴보자.
“선학원은 1.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조항과 재단임원 자격에서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원상복구하여 종단과 선학원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2. 조계종과 다른 별개의 종단을 설립해서는 안 되며, 현재 진행 중인 수계, 승려증 발급, 조계종 승적포기각서 요구 등을 중단해야 한다. 3. 재단 임원(이사, 감사) 선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이사는 지역별로 분원장의 추천을 받아 선출하도록 한다. - 이사의 3분의 1은 분원장 중에서 총무원장이 추천하도록 한다. 4. 선학원이 분종 혹은 탈종을 하려고 하면, 각 분원의 창건주, 분원장, 관련도제들로 구성되는 총회(선학원 도제 승려대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먼저 1항에서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조항과 재단 임원 자격에서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원상복구하여 종단과 선학원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원상복구’라는 표현을 썼다. 원상복구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조계종에서는 이번 개정 이전, 즉 그 내용들이 <정관>에 들어 있을 때를 ‘원래’로 보겠지만, 우리 재단은 2002년 합의 이전으로 본다. 그래서 조계종이 2002년 합의를 파기하고 <법인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전으로 되돌려 두 조항을 삭제했다는 말이다.

재단법인이 되면서 1934년에 만든 선학원의 최초 정관에는 ‘조계종 종지종통 봉대 조항’과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임원 조항’이 없었다. 조계종이 1962년에 만들어졌으니까 너무나 당연하다. 아무튼 ‘조계종 종지종통 봉대 조항’은 2002년 합의 때 처음 넣었다가 합의가 깨지자 2013년 4월 29일에 뺐다. ‘임원 조항’은 1969년에 처음 넣었다가 1978년에 뺐고, 2002년에 다시 넣었다가 2013년 4월 29일에 또 뺐다. 자, 형편이 이러니 조계종은 원상복구하라고 떼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설마 1934년에 만들어진 최초 정관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겠지. “원상복구”라는 단어 뒤에 “종단과 선학원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지금 어디가 정상화 되어야 하는지 또 따져볼까?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우리는 2002년 합의 이전으로 종지종통 봉대 조항과 임원 조항을 삭제하는 ‘원상복구’를 감행했다. 그 결과 종단에서 임원 4명을 멸빈했을 때도 무탈했고, 조계종 권승들이 나머지 임원들의 제적원을 갖고 장난을 치는 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마디 덧붙이면 이렇다. 나는 지금 나쁜 놈들에 의해 멸빈되어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계종 승려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 왔다. 조계종에서 잔뼈가 굵었고 혜택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활동도 했다고 자부한다. 도반들도, 스승들도 다 조계종이다. 그런 내가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하지 않고 어디 것을 봉대하겠는가? 조계종 종지종통 봉대는 그렇게 지켜지면 되는 것이다. 괜히 그런 걸로 시비할 게 아니다.

2항을 보면, “조계종과 다른 별개의 종단을 설립해서는 안 되며, 현재 진행 중인 수계, 승려증 발급, 조계종 승적포기각서 요구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 재단 주변에는 “우리가 정통법맥을 이었으니 썩어빠진 조계종을 버리고 종단을 하나 창종하자”고 하는 말을 하는 스님들도 있다.

나는 선학원의 교무이사로서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다. 비록 지금 조계종이 온갖 범계승(犯戒僧)과 범법승(犯法僧)의 놀음에 놀아나는 집단이 되어 있고, 그래서 국민들의 걱정거리가 되어 있을지라도 결코 우리가 조계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망나니 자식을 둔 부모라 하더라도 그 자식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우리가 탈종(脫宗)한다느니, 창종(創宗)한다느니 하는 것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빌미를 갖기 위해 우리에게 덧씌운 멍에일 뿐 우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면 왜 우리가 수계식을 하고 승려증을 발급하는가 하는 점이 궁금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한다. <법인관리법>으로 우리 재단을 옥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힘들게 그런 걸 하겠는가? 돈이 남아 그런 일에 삼보정재를 쏟아 붓겠는가? <법인관리법>을 한 번 읽어보라.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승적증명서 하나 발급해주지 않게 되어 있고, 조계종에서는 실제로 한 동안 우리 스님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총무원장이 초법적 조치로 선학원의 분원장들과 도제를 대상으로 제한을 풀었지만, 언제 다시 제한하겠다고 나설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구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수계식과 승적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창건주 승계나 위임 때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하라는 것도 그렇다. <법인관리법> 제23조 제1항에는 이렇게 돼 있다. “이 법에 따라 등록을 하지 않은 ‘사찰법인’, ‘사찰보유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은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의 징계에 처한다.”

우리 선학원은 어떤 경우든 <법인관리법>에 의해 등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종단은 결국 도제를 포함한 우리 분원의 구성원들을 징계할 것이다. 법등 스님이 실제로 우리 분원을 방문하여 징계 운운하면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무슨 조치가 있을 것 같다. 분원의 스님들이 그 조항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되면 결국 우리 재단에 불평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재단으로서는 창건주를 승계 받거나 위임을 받는 스님들에 한하여 미리 제적원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창건주가 되려면 우리 재단과 뜻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만약 종단이 <법인관리법>과 그 근거가 되는 <종헌> 제9조 3항만 폐지한다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하라고 하겠는가.

3항은 “재단 임원(이사, 감사) 선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면서 친절하게도 구체적 방법까지 일러주고 있다. “이사는 지역별로 분원장의 추천을 받아 선출하도록 한다.”는 내용과 “이사의 3분의 1은 분원장 중에서 총무원장이 추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어떤 경우든 총무원장은 우리 재단을 넘보지 말아야 하고 넘볼 수 없다. 총무원장은 선학원에 관심을 끄고 조계종이나 잘 살피라. 특히 현 총무원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갖가지 비판과 비난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조고각하(照顧脚下) 하라.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재단법인은 대한민국 법률의 통제를 받는다. <민법> 제43조, 제40조에 의하면 재단법인의 <정관>에 ‘임원의 임면에 관한 규정’을 두도록 하고 있고, 재단법인 선학원의 <정관>에 의하면 선학원의 임원은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선학원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른 재단법인들도 이사회에서 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별로 분원장의 추천을 받으라고 한 것은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선학원은 놀아나게 될 것이다. 지금 ‘선미모’라는 사람들이 하는 작태를 보라.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지만 목적은 하나, 이사회에 들어와 선학원을 좌지우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선학원을 조계종에 바치고 거기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 그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게 그걸 증명한다.
우리 선학원의 대표성은 이사회에 있고, 이사회에 의해 재단의 정체성은 유지된다. 따라서 새로운 이사의 선임은 기존 이사들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한다. 비록 분원장들이라고 하더라도 저마다의 빛깔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단의 정체성에 맞는 인물로 골라야 하는 것이다. 종단 측 인사나 일부 친종단 분원장들이 이사 선출의 방법 변경을 요구할 수도 없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4항에서는 “선학원이 분종 혹은 탈종을 하려고 하면, 각 분원의 창건주, 분원장, 관련도제들로 구성되는 총회(선학원 도제 승려대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여기서 가정법을 썼다. “만약 ~하면 ~해야 한다”라고 하는 화법이다. 가정법이므로 전제로 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한다. 선학원은 분종이나 탈종을 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분종 혹은 탈종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이유가 없다. 됐는가?

그렇지만 사악한 권승들의 농간(弄奸)에 놀아나는 일부 분원장들을 위해 내가 자비심을 일으켜 설명을 해줄 테니 잘 유념하기 바란다. 선학원은 불교 목적 재단법인으로서 그 자체로 종단 소속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대한불교조계종 등이 2015년 8월 재단을 상대로 걸어온 가처분 소송(2015 카합 80999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우리 선학원 변호사의 답변서에 있는 내용이다. 답변서에 의하면, “대한불교조계종은 일정한 목적하에 결합한 인적조직체인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구성원은 사찰, 승려, 신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재단법인 선학원과 같은 불교 관련 재단법인은 그 구성원이 될 수 없으며, 실제로 재단법인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으로 가입한 일도 없다.”고 하였다.

‘분종’ 또는 ‘탈종’이라는 표현은 선학원이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이 전제가 될 때 성립된다. ‘재단법인 선학원’이 그렇다는 말이다. 법률적으로 그렇게 판결이 난 사안인데도 조계종의 권승들이 선학원 이사회를 장악하여 재단법인인 선학원을 ‘소유’하려 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관계로 규정해야 할지 궁금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학원이 ‘조계종 스님들이 운영하는 법인’이었다. 구성원을 통해 협력하는 관계였다. 지금은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 4명을 멸빈시켰으므로 이젠 그런 표현조차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선학원이 그만큼 멀어졌으니 조계종으로서는 ‘닭 쫓던 개’ 꼴이 난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법적으로 인적결합체인 사단법인이나 승려들의 조직인 조계종과 같은 경우 최고의 의사결정권한은 사단법인의 구성원 총회, 종단소속 승려들의 총회에 있으나 재단법인은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이사회이므로 승려대회는 법적인 의미가 없다. ‘승려대회’라는 게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설령 그걸 열어 뭔가를 도출해 내더라도 이사회에서 수용이나 추인을 하지 않으면 전혀 소용이 없다. 현실적으로 이사회 장악이 어려우니까 승려대회를 통해 현 이사회 체제를 전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니 꿈꾸지 않는 게 좋겠다.

이른 바 ‘선미모’ 스님들에게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우리 재단법인 선학원은 분원장 스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년에 한 번 전국 분원장회의나 지역별 분원장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재단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경우 그런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하기 바란다. 분원장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고 합법적인 통로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연히 종단 권승들과 손잡고 재단에 분탕질을 하는 것은 재단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종단의 일부 몰지각한 권승들도 우리 재단을 분열하여 장악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봐야 불가능하니까.

-본지 편집인, 재단법인 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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