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장경각에는 《남계집》, 《박천집》 등 조선 후기 유학자들의 문집 목판 4700여 판이 보관돼 있다. 이 목판들은 대구감영이나 성산목 등에서 판각한 후 해인사로 옮긴 것들이다. 숭유억불 시대에 해인사는 왜 유학자들의 문집 목판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찰과 불교계가 당대 유학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조선 후기 출판인쇄문화를 계승했다”는 것이 사찰 소장 목판을 조사하고 있는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일감 스님)의 설명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난 한해 울산광역시와 경남 밀양, 함양, 합천지역 6개 사찰 소장 목판 5505점을 조사한 결과와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 소장 중요 목판 21종 615판 총 4401장을 인출 작업을 수록한 보고서 《한국의 사찰문화재 - 2015년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7점이 새롭게 조사됐고, 64점은 도난당하거나 화재로 소실됐다. 또 마구리가 결손돼 분리된 목판을 각각 다른 판으로 조사하는 것처럼 목판을 분리·조사하거나 다른 내용의 목판을 같은 항목으로 조사하는 등 기존 조사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판종별로 통합하거나 재분류한 목판은 14종 1070점에 이른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목판 조사 후 벌레 피해로 손상된 목판은 별도 공간에 격리 수납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조사 결과는 사찰 소장 목판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인 관리·보존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며, “조선시대 불교목판 인쇄문화의 전통과 우수성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올해 부산광역시와 양산, 통영, 고성, 남해, 산청, 창녕, 하동 등 경남지역과 경산, 성주, 청도 등 경북 지역 사찰 목판 4180점을 조사하고, 인천·경기, 충청 지역 목판 중요 목판을 인출할 예정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함께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 사업’을 201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사업은 2019년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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