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와 여행 산문집 『시가 있는 풍경』으로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많은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시인 이기와. 그녀가 이번에 비구니 산사를 여행하며 느낀 단상을 모아 펴냈다.
전국 13군데 비구니 사찰을 방문한 저자는 상처투성이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나는 왜 아직 나의 주인이 아닌가? 나는 왜 아직 나를 홀로 세우지 못하는가? 나는 왜 모두가 퇴각한 자리에서 샛별처럼 도도히 홀로 남아 빛을 발하지 못 하는가>’ 등의 아우성을 듣는다.
그러나 저자는 여행 중에 만난 여러 비구니 스님들을 통해 무념무상의 철학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존재의 무상함과 삶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그 물음을 통해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 보인 ‘길’에는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지혜, 삶을 여유롭게 돌아볼 줄 아는 선의 경지가 담겨있어,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가는 일상인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월정사 출가학교에서 단기 출가를 마치고 한 달 만에 마주하는 딸을 보며 순간 엎드려 딸애의 발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었다는 시인 이기와. 세상 어느 것에 대해서도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로 대하고자 하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이 책 곳곳에서 훈훈하게 전해져온다.
이기와 지음 |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1만5천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