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다리 교각이 세워질 울산 가천리 사지 금당지. <사진=조계종 홍보국>

조계종이 고속국도 제14호선 밀양-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 공사구간에서 발견된 ‘울산 가천리 절터’를 보존하기 위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정밀발굴조사와 절터 보존 정비안을 수립하라고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조계종은 4월 11일 문화부장 정안 스님 명의의 입장문에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0일 절터 유적 중앙에 교각을 설치하고 금당 터 위에 도로를 건설하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 “교각 자리에 어떤 문화유적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교각 설치를 먼저 승인하고 주변 도로 공사를 추진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이어 유적 훼손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사지 조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즉시 해당 구간 공사를 중단하고, 절터의 명확한 성격과 가치를 밝히기 위해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개발을 위한 졸속 발굴은 문화재 원형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가천리 절터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해 도로를 우회하길 바랐다.

조계종은 가천리 전터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유적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터라며 지난해 8월 11일 울산 가천리 절터와 밀양 봉성사터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울산 가천리 절터 유적 보존을 위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

우리 종단은 지난 2015년 8월 11일 ‘고속국도 제14호선 밀양-울산’ 간 도로건설공사 구간 내에서 발견된 울산 가천리 절터[寺址]와 밀양 봉성사터 등의 절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도록 입장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 때 우리 종단은 가천리 절터(6공구 구간)에서 발견된 사찰 유적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유적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터로 반드시 원형보존되어야 하며, 그 가치와 중요성에 합당하게 보존, 정비되어 그 가치가 후대로 전승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월 20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를 파괴할 수 밖 에 없는 교각 설치를 조건부 가결하였습니다. 절터 유적 중앙에 교각을 설치하고 사역 중심 건물인 금당 터 위에 도로를 건설하도록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교각 자리에 어떤 문화유적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교각 설치를 먼저 승인하고, 주변 도로 공사를 추진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문화재를 보존, 관리해야하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훼손을 초래한 결정은 심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울산 가천리 절터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유적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터로 반드시 원형보존되어야 하며, 그 가치와 중요성에 합당하게 보존, 정비되어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선현들의 삶의 자취가 어려 있는 소중한 절터가 온전히 보존되어 그 가치가 후대로 온전히 전승되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강력히 밝히는 바입니다.

첫째, 공사는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조사 중인 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사지조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즉시 해당 구간의 공사를 중단하고 올바른 보존 대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둘째, 가천리 절터는 충분한 정밀발굴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울산 가천리 절터는 삼국시대 혹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수 백 년의 걸쳐 불사가 이루어졌으며, 절터의 명확한 성격과 가치를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밀한 학술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최근 교각 자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도 앞 선 시기의 유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하여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고 보존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셋째, 진정성이 담긴 절터 보존정비안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개발을 위한 졸속한 발굴 행위는 결국 문화재의 원형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절터의 원형 훼손을 최소화하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가천리 절터의 역사적인 중요성을 인식하여 도로를 우회하여 절터의 역사적 가치가 온전히 보존되길 바랍니다.

불기2560(2016)년 4월 12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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