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는 약 8천4백여 점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 안휘준)은 해외 기관에 소장돼 있는 우리 문화재 8천4백여 점의 실태조사 결과를 10권의 보고서로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조사한 기관은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10개 기관이다. 이 가운데에는 일본 와세다대학교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도서관, 중국 상하이도서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국외한국문화재’ 6종 8권과 ‘국외한국 전적’ 1종 3권이다. 여기에 소개된 유물은 한국 문화재 3천6백여 건 8천4백여 점이다.

특히 한국 전적 문화재를 다룬 보고서에는 주요 장서인(藏書印)까지 포함시켜, 우리 책이 국외로 유출되어 해외 기관에 소장되기까지의 경로를 추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 자치통감강목. 중국 상하이도서관 소장.
▲ 신증동국여지승람. 미국클레어몬트대학 도서관 소장.

중국 상하이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 193종 1320책 중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59권 59책 완질은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약탈돼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상하이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각 책마다 조선 후기의 역사학자이자 실학자인 순암(順菴) 안정복(1712~1791) 선생의 장서인이 있는 것으로, 안정복이 자료를 검토한 흔적들인 친필 두주(頭註)가 곳곳에 기록돼 있다. 이는 광해3년 (1611년) 간행된 판본으로 완질이며 상태가 양호하여 자료 자체로도 희귀본이다. 또한 안정복이 《동사강목(東史綱目)》 편찬을 위해 참고한 자료로 추정되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국보급으로 추정되는 이 책은 왜 미국에 가 있는가. 일제 때 일본 골동품 ·고미술상이 총독부와 결탁해 문화재를 빼돌린 뒤 미국에 경매로 넘긴 유물이 부지기수라는 점은 ‘탱화의 귀환’때 입증된 바 있다. 이 책도 그 같은 고난의 여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연화문수막새. 일본 와세다대학 아이즈야이치 기념박물관 소장.

일본 와세다대 아이즈야이치기념박물관 한국문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와전(瓦塼, 기와 및 전돌) 7백여 점이다. 와전의 뒷면에 출토지 기록이 있고 고구려, 발해 유적지 출토품이 섞여 있어 당대의 문화를 고증하는데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발해의 기와는 간략한 선으로 문양을 처리하는 특징이 있는데, 연화문수막새(蓮花文圓瓦當)의 경우 연꽃잎 모양이 하트모양이라 이채롭다. 수막새는 처마 바로 위로 보이는 수키와의 끝 부분을 장식하는 기와이다. 왜 하트모양이었을까. 진작 우리 땅에 있었더라면 정밀 연구가 진행됐을 것이고 역사적 해석은 깊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재단의 ‘국외한국문화재’ 시리즈는 한국어와 소장국 언어로 표기된 도록으로 발간됐다. 이에 따라 현지 기관에서 한국문화재에 대한 전시 및 교육과 활용에도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일본민예관은 재단의 전수조사를 통해 목칠공예 소장품 중 고려시대의 작품이 있음을 확인하고 최근 열린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에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재단 지원으로 양석중 문화재수리기능자가 보존처리한 10점의 목칠 공예품 일부도 공개됐다.

재단 관계자는 "2012년 재단의 설립 이래 실태조사와 보고서 발간 사업을 꾸준히 실시해왔다"며 "문화재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해외의 소장기관을 방문해 한국문화재로 분류된 모든 유물을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조사는 해외 문화재의 시대, 재질, 크기, 특징은 물론 소장 경위부터 문화재적 가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사항을 추적하고 밝히는 작업"이라며 "재단은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국외한국문화재’와 ‘국외 한국전적’ 총서를 계속 발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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