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문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중독의 범위는 넓다. 가까이는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담배나 커피 중독, 게임중독, 섹스 중독, 성형 중독 등이 있다. 혹 낯설게 들리겠지만 그 밖에 폭력 중독, 운동 중독, 권력 중독, 종교 중독 등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매년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 받는 환자가 약 15만 명 정도. 이런 정황이라면 꼭 치료를 받아야 할 알코올 중독자는 적어도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임 중독자도 날로 늘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대형 사건의 원인에 흔히 알코올 중독과 병존하는, 폭력 중독이 도사리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일부 컬트 종교 집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맹신자들. 사회적 정의를 외치고 공분을 토로하나 기실 권력에 대한 탐착에서 권력투쟁을 밥그릇으로 삼고 지내는 권력 중독자는 우리 사회의 내밀한 암적 존재다.

종교인 역시 중독의 미묘한 형태로, ‘영적 에고’에 탐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영적 에고란 일테면 자신의 신념에는 오류가 없고, 자신의 믿음을 곧잘 으뜸인 것으로 관념화시켜, 거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타성을 말한다.

최근 각종 중독이 만연해진 원인(遠因)으로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 현대화의 물결을 타고 경쟁적으로 물질에 대한 탐착을 하려는 기운이 드세어져서인 것을 꼽고 있다. 가족 기능의 해체, 공동체 의식의 붕괴, 사회적 좌절감, 빈부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같은 요인들도 중독을 야기시킨 주요 배경이다. 심리적 좌절감은 ‘보상’을 원해, 자신만의 비밀한 통로를 따라 쾌감을 좇다 이윽고 중독에 이르고 만다.

중독이란 크게 알코올 같은 물질 중독과 섹스나 도박이나 종교 같은 행위 중독으로 나뉜다. 허나 무슨 중독이든 그 기전은 대략 동일하다. 본인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실은 행위를 통해 계속 ‘쾌락’을 추구하려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다른 말로 뇌 내 도파민의 과잉 충족만을 좇는다는 원리다. 또 중독자들은 늘 자신이 중독자가 아니라하고, 자신의 중독을 인정조차 않는다. 중독 자체를 부인한다. 중독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싫어서인 이유도 있다. 무슨 중독자이든, 자신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늘 남과 자기를 속이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제 ‘병’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으니, 치료고 뭐고 남의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끝없는 자기기만이다. 결국 심신의 몰락이나 황폐화가 도래된다. 경제적 폐해는 물론 가족과 심각한 갈등도 유발되고야 만다. 해서 중독은 일종의 ‘정신적 암’에 비유가 된다.

치유/회복의 가능성은 있나. 병원에 오는 중독자들은 거개가 말기에나 오게 돼있다. 알코올 중독인 경우 금단 증상이나 폭력적 사고의 빈발로 더 이상 가족이 감내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돼야 입원하게 된다. ‘강제 입원’이 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독으로 처음 입원된 사람들은 입원이 인권침해라 하며, 각종 민원을 내고, 가족이나 관련 기관을 들쑤셔대고, 불필요한 번잡을 일으키곤 한다. 자의(自意)로 입원한 경우, 수시로 제 마음대로 병원을 들락날락거려,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가히 ‘인권 병’에 걸린 것이다.

치유는 크게 세 단계가 있다. 우선 공적인 차원에서 중독의 폐해에 대해, 많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일선에서 치료하는 가운데 흔히 가족들이 중독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독은 사회적 질병이다. 각종 사고나 범죄를 곧잘 야기해서다. 지자체나 종교 기관 혹은 학교 같은 교육기관, 보건소나 복지센터 같은 곳에서 중독에 대한 실상을 알리고 이를 조기 예방교육에 힘써야 한다.

둘째, 중독이 발견되면 가까운 곳에서 전문 상담을 받고, 직접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 ‘강제적으로라도’ 치료받도록 힘씀이 제일 낫다. 중독의 후과後果를 생각하면, 치료가 가장 경제적이다.

셋째,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관리다. 퇴원 후 통원치료만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자가당착의 최면에 빠진 중독자에게 (집단)마음 챙김의 수행을 근기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시키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시급한 시점이다.

-시인 · 블레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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