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면 봄소식을 전해주는 춘분이 다가온다. ‘봄’은 계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희망은 긍정의 삶이자 건강한 삶을 의미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위기상황을 맞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초심(初心)을 떠올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되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란 없다.

죽기를 각오하고 물러섬 없이 부처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불문에 들어온 ‘처음 그 마음’을 불교에서는 ‘초심(初心)’이라고 한다. 대부분 위기상황은 초심을 잃었을 때 찾아온다. 그래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이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을 때 그들이 한결같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세우는 변명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얻게 되면 과신(過信)과 자만(自慢)이 초심을 헝클어 결국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화엄경≫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란 말이 있다. 처음 발심한 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때 부처를 이룬다는 뜻이다. 초심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열정’과 통한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함 그 자체다. 이 같은 순수한 상태에서 ‘그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초심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마음은 너그럽고 관대하다. 그래서 대중들은 때에 따라선 경륜 많고 노회한 사람보다 패기 넘치고 순수한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 때문에 초심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처님에게 초심은 중생들에게 놓여진 생로병사의 문제를 푸는데 있었다. 부처님으로 하여금 불퇴전의 용맹정진을 하게 만든 그것이 바로 초심이었다. 이 초심이 위대한 이유는 부처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들을 생로병사의 유전(流轉)으로부터 구제해야겠다는 대승의 서원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부처님의 초심을 배워야 한다. 실제로 초심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의 인생은 성공하고 삶이 빛난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초심을 놓은 채 타협과 변절로 삶을 꾸리는 이들은 반드시 위기를 맞게 되고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처음 그 마음’을 지키도록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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