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여래는 과거에 보살로 수행할 적에 다음 세상에서 부처가 되면 중생을 온갖 고통에서 구하고 원하는 바를 얻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현실의 고통을 치유하고 중생의 욕망을 대변하는 약사 신앙이 민간에 널리 퍼진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삼국 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 긴 세월 동안 기도와 염불의 대상으로 민간에 깊이 뿌리내린 약사 신앙은 일반인이 접하기 쉽다는 이점에 반해 경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는 현상을 낳았다. 

남회근 대사는 1981년 대만의 시방서원(十方書院)에서 출가 수행자들과 재가 거사들을 위한 강의에서 불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약사경을 외워 병에서 지켜 주고 재난에서 구해 주기만을 기도하는 것은 장사하는 마음이자 이기심이며 미신일 뿐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 강의를 번역한 <약사경 강의>는 깨달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을 위한 원을 세우는 것이요, 부처님의 감응을 얻기 위해선 마음의 수지(修持)로부터 시작해 자신의 심리 행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일갈한다.

믿음은 참된 견해와 지혜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올바른 견해는 경전 속에 있으니 그 안에서 답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이것이 대승 불법 가운데 최상승의 비밀 법문이라 할 수 있는 약사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임을 우리에게 간곡히 전한다.

약사경 해설서가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이 책은, 수행자에게는 수행의 기초와 실제를 보여 주어 현실에서 스스로를 점검하게 한다. 또 불자에게는 마음을 오로지하여 기도하고 염불하지 않고 입으로만 외워서는 소용이 없음을 깨우치도록 한다.

저자 남회근은 1918년 절강성 온주에서 태어났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사천으로 내려가 장개석이 교장으로 있던 중앙군관학교에서 교관을 맡으며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1942년 25세에 원환선이 만든 유마정사에 합류하여 수석 제자가 되었고, 스승을 따라 근대 중국 불교계 중흥조로 알려진 허운선사의 가르침을 배웠다. 불법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중국 불교 성지 아미산에서 폐관 수행을 하며 대장경을 독파했다. 이후 티베트, 대만, 미국, 홍콩 등지에서 수행과 교육활동에 전념하다 쏟다가 2012년 9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부키 | 남회근 지음 · 설순남 옮김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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