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법시대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가자들이 수행을 하지만 더 이상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하는 시대를 지나게 되면, 모든 부처님 가르침과 경전이 사라지고 단지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승복인 가사를 입고 수행자인 척하는 사람들만 있게 된다고 한다.


2016년 병신년을 말법시대라고 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안거를 하고, 수행을 한다는 출가자들은 이곳저곳에서 보이지만 도를 깨쳤다는 사람들은 보이지가 않으니 말법시대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승설(勝說, 비바사)에 의하면 말법시대는 불교를 탄압하는 이들에 의해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불교를 탄압하는 이교도의 정치지도자가 나타나 사찰을 파괴하고, 수행자들을 무자비하게 살육을 하고, 경전을 불태우는 훼불과 해종행위를 하자, 선한 왕이 나타나 이들을 제압하고 고통을 당해 온 수행자들을 구하고 극진히 모셨다고 한다. 선한 왕은 수행자들을 초청하여 의복과 음식, 침구와 의약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풍족하게 제공하고, 무차회를 열어 매일 많은 공양물을 수행자들에게 제공하였다.

그러자 풍족한 생활에 익숙해진 수행자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얻고 자신들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게을러져서 경전을 독송하지도 않고, 고요한 곳을 찾아가서 선정을 하는 것도 즐겨하지 않았다.

그들은 낮 동안에는 모여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공양물을 얻기 위해 세속의 정치지도자나 부유한 신도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일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러다가 흥분을 해서 혼란스러운 소리를 질러댔고, 밤에는 지나친 음주가무로 피곤하고 나태해져서 졸음에 빠지는 생활을 되풀이하였다. 더 이상 수행을 하지 않게 되자 정법은 사라지고 말법시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법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훼불행위나 해종행위가 아니라 세속의 욕망에 집착하는 행위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오늘날 한국불교, 그중에서도 특히 조계종단은 훼불이나 해종행위라는 말을 자주 사용을 한다. 말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교단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자들을 지칭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교단의 지도자들은 과연 부처님 정법을 수호하는 정행(正行)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편에 속해 있는 이를 동국대 총장으로 밀기 위해 ‘스님이 총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유력한 총장후보를 사퇴시키는 일이 정행인가! 세속인이 저질러도 지탄과 비난을 면키 어려운 부도덕한 일을 하고도 종단과 동국대의 고위직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수행자의 바른 모습인가!

오늘날 일부 권력승들은 수행을 하지 않고, 경전을 읽지 않고, 자비행을 베풀지 않아도 곳간에 쌓여가는 공양물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출가하기를 잘했다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 세속적인 명리에 집착하면서 이러한 탐욕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비불교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이들에게 훼불, 해종행위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16년 한국불교는 입으로만 외치는 불교중흥이나 소통, 화쟁을 입에 올릴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수행자답게, 불교도답게, 부처님 가르침대로 세속의 탐욕에서 벗어나 정행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 길만이 말법시대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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