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원각사 고문헌 중 하나인 《능엄경》에서 발견된 한글 필사. <사진=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 자료가 발견됐다.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은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ABC)사업’의 일환으로 고양 원각사가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태종 원년(1401) 태상왕 태조의 명으로 간행한 《능엄경》 권1·2에 쓰여진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와 신라·고려시대 석독 구결의 전통을 잇는 석독(釋讀) 표기가 들어있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12월 22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본은 세조 10년(1464)에 쓴 <상원사 어첩·중창권선문>이다. 불교학술원은 “원각사 소장 《능엄경》 권1·2 한글 필사 자료는 세조 7년(1461) 간행된 《능엄경언해》보다 먼저 쓰여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상원사 어첩·중창권선문>보다 더 오래된 한글 필사 자료”라고 밝혔다.

불교학술원에 따르면 원각사 소장 《능엄경》 권1·2에는 세조 7년(1461)에 교서관에서 활자본으로 간행하고 이듬해 간경도감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한 《능엄경언해》의 번역 사업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묵서와 교정용 종이가 빼곡히 달려 있다. “경문과 요해에는 묵서로 쓴 구결을 차자(借字) 또는 한글로 달아 놓았고, 여백을 이용해 경문이나 요해에 없는 주석을 한글 또는 한문으로 써 넣었다. 그리고 잘못 쓴 부분에는 일일이 종이를 붙여 교정을 하였다”는 설명이다.

불교학술원은 “경문이나 요해의 한글 부분, 그리고 주석의 한글 부분은 《능엄경언해》와 대체로 같지만, 《능엄경언해》에 없는 주석을 써 넣었다가 지운 부분도 있고, 《능엄경언해》에는 언해로 된 주석이 여기서는 한문이나 구결문으로 된 부분도 있어서, 《능엄경언해》보다 먼저 쓴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가장 오래된 필사가 발견된 《능엄경》 권1, 2는 태종 원년(1401)에 태상왕 태조의 명으로 간행한 왕실본이다. 《능엄경》 경문에 계환 스님이 요해를 붙인 것을 당대 명필이었던 신총(信聰) 스님이 글씨를 써서 판을 새기고 찍어냈다. 원각사 소장 《능엄경》 권1, 2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759호 《능엄경》 권1~10과 통도사에 소장된 보물 1195호 《능엄경》권9, 10과 같은 판본이다.

불교학술원은 원각사 고문헌에서 《능엄경》 권1·2와 함께 “현재까지 유일본으로 알려진 태종 17년(1417) 간행 문수사판 《법화경》 권1~3과 권4~7을 발견했다”며, “《법화경》 권1~3권과 권 4~7에도 책 전체에 석독을 위해 달아 놓은 조선 초기의 구결이 있다”고 밝혔다.

불교학술원은 원각사 소장 고문헌을 2014년 8월부터 조사해 오고 있다. 원각사 소장 고문헌은 주지 정각 스님이 오랫동안 수집해 온 것으로 600여 건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묘법연화경》, 《대방광불화엄경소초》 등 경전류와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 등 의식집류, 각종 사지, 희귀본 다라니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불교학은 물론 우리 전통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학술원은 구결 조사 과정에 참여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문리각연구팀 정재영 교수를 초청, 이번에 발견한 한글 필사자료에 대한 특강을 12월 23일 오후 3시 동국대학교 본관 로터스홀에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원소장자인 정각 스님이 《능엄경》과 《법화경》 원본을 직접 공개할 예정이다.

불교학술원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사업(ABC사업)’은 불교 기록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학술연구 및 문화콘텐츠로서 활용하기 위한 기초 토대를 확립하고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불교의 다양한 기록물을 조사・촬영, 집성·역주해 그 성과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불교학술원은 집성한 자료의 서지 사항, 고해상도 사진 등을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서비스 시스템(kabc.dongguk.edu)’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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