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사 성월 주지는 10월16일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와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변호사) 등 6명을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가 있거나 자식이 있다면 조계종 승려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소인들은 출가승려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심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은처 등의 허위사실로 고소인의 명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조계종 승려인 까닭에 은처 등을 절대 할 수 없다고 강변한 것이다. 그런데 왜 DNA 검증은 안 이뤄지고 있는걸까?

이에 대해 용주사 사부대중비상대책위는 주지가 범계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고 밝혔다. 완전한 공개검증을 한다면 그 어떤 책임도 질 테니 당장 하루라도 지체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전했다. 보통 잘못을 했으면 속된 말로 꼬리를 말텐데 거꾸로 '잘됐다'고 하니 정말 은처가 사실인 듯이 보여져 참으로 묘한 상황이 되고 있다. 진짜 어느 쪽이 사실인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학교법인 동국대 일면 이사장도 우 교수가 대표 명의로 흥국사 탱화를 절취하였거나 관여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의혹의 당사자였던 동국대 일면 이사장 스님, 적반하장, 사죄해야' 등의 표현을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국대 망쳐놓고 있는 일면 스님 물러가라, 절도일면 퇴출, 탱화도둑 일면, 땡중 귀에 경읽기' 등 내용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도 모욕에 해당한다며 고소했다. 지난 6일에는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일관 주지 등이 우 교수의 직장까지 찾아가 징계를 요청했다.

우희종 교수는 서울대 교수 80명이 등록돼 있는 서울대 교수 불자회, 즉 불이회 회장이다. 바른불교재가모임의 상임대표이며 서울대학교 불교동아리인 총불교학생회의 지도교수로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간화선 수행을 하던 그는 지난해 송담 스님 탈종을 계기로 지난 3월 바른불교재가모임을 창립하고 바른불교학당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재가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참된 불자라고 많은 수행자들이 전한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자, 바른불교재가모임은 '종단과 교구본사 주지를 위한 대토론회'를 오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만해NGO센터 6층 우리는선우 법당에서 연다고 한다. '해종 그리고 언론탄압-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서'를 주제로 사부대중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다. 조계종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들을 초대하면서 안되면 총무원장도 환영한다며, 당당하게 와서 종도들과 함께 바른 부처님의 가르침을 논하자고 요청했다. 참여를 개방한 것은 긍정적이나 실제로 올 출가승은 그다지 없을 듯하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원장 손상훈)도 종단 현안에 대하여 공개서한을 통해 총무원장이 방치 내지 초래하고 있는 현재의 반불교적 작태가 훼종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교단자정센터 자체조사가 이루어진 사실혼 의혹의 용주사주지 문제에 관하여는 조속히 정리를 하여주기를 당부하는 한편, 탱화 절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할 지라도,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다 도덕성의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에 대하여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자기 상좌를 시켜 직장까지 찾아가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총무원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총무원이나 우 교수 양측 모두 이미 충분히 홍보전을 통해 각각 진영논리로써 대의명분은 갖춘 듯하다. 비록 명예훼손 고소나 징계요청 등이 있긴 하지만, 총무원과 대등하게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어느새 재가불자의 힘도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말로 일부 권승이 범계·파계가 훼불인지, 아니면 그것이 재가자들의 시민단체 등이 만들어낸 허위사실인지 알아야 할 때인 듯하다. 그러나, 용주사 사부대중비상대책위 등의 반응을 보면 아무래도 처음부터 우 교수와 불교닷컴 등이 파놓은 연기법이라는 그물망 함정에 이번에는 조계종이 딱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필귀정 파사현정이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한 오늘, 결국 삿된 마구니들은 망하고 반드시 정법은 바로 설 것이다. 여하튼 이번 사태를 통해 승승장구하는 우 교수에게 조계종이 또 하나의 훈장을 달아 준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은 왜일까?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전문가와 신도들의 염려와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하도겸 |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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