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 신임회장에 육문 스님이 선출됐다. 육문 스님은 경쟁자로 나선 자민 스님이 245표를 얻은 데 비해 923표를 얻어 월등한 표차로 11대 회장으로 당선됐다고 한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육문 스님은 열린비구니회가 추천해 선출된 인사다. 전국비구니회 집행부가 투명하지 못한 운영체계로 회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면서 발족된 열린비구니회는 현 조계종 집행부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육문 스님이 내건 공약은 상당한 탄력을 얻어 실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우선 전임 집행부와의 갈등 해소다. 전임 집행부를 비난하며 들어선 신임 집행부로선 화해와 소통을 내세워 화합의지를 다져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육문 스님이 선거에 앞서 정견발표를 할 때 밝혔듯이 “제방의 비구니 스님들을 찾아뵈었을 때 대중이 화합해 비구니의 위상을 높이고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하는 전국비구니회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합은 현 전국비구니회가 당장 풀어야 할 당면과제다.

또 하나는 조계종단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하 조계종은 거대한 공룡의 입처럼 모든 것을 독식하고 통제하며 관리하려 한다. 선학원과의 갈등도 이러한 인식에서 야기된 것이다. 전국비구니회가 조계종과의 관계에 있어서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든 외풍을 맞아 혼란과 분열을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전국비구니회에는 선학원 소속의 비구니 스님들이 적지 않다. 종단과 선학원과의 갈등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란 다름 아닌 독립과 자주성의 보장에 있다. 즉 ‘갑(甲)질’이 없어야 상생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제방의 비구니 스님들이 요구하는 비구니회의 위상제고와 권익향상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