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이 지난 17일 16대 중앙종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명진 스님은 한국불교계에서 민주화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군부독재시절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한국승가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다.

1994년 조계종 서의현 총무원장이 3선을 강행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선봉에 서기도 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있었던 같은 해 4·10 승려대회에서 명진 스님은 “이 종단이 개혁되지 않으면 내 가사 장삼을 부처님께 돌려드리겠다”고 기염을 토해 사부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후 개혁종단에서 명진 스님은 주요 보직을 맡으며 종단개혁에 일조했다.

이런 그가 중앙종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사직서를 제출하기 앞서 13일 있었던 초하루법회에서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직 이유는 그날 있었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스님은 길 한가운데 똥을 싸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에겐 아예 나무라지도 않았다는 공자의 일화를 소개하고 “조계종 상층부 있는 중들 행태가 길 가운데 똥을 싸고 뭉개고는 온 동네 똥내 풍기는 것과 같다.”면서 “탱화 도둑놈이 있는데 이를 적당히 무마하려는 종단, 처자식을 거느린 사람이 본사 주지를 하는데도 이를 비호하는 종단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길 가운데 똥 싼 놈을 나무란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 203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교구본사가 쌍계사에서 범어사로 바뀐 다솔사를 거론하고 “쌍계사 종회의원으로서 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차라리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종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고 한다.

총칼로 위협하던 군부독재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우던 명진 스님이 현 조계종 권승들과 그 무리들에겐 결전의지를 접은 꼴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명진 스님의 말마따나 현 조계종 상층부는 똥내가 진동한다. 명진 스님의 사직은 투항의 의미가 아니라 제도권 밖에서 치열한 개혁열망을 치대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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