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 군주로 알려진 세종은 즉위 후 억불정책을 강화해 불교의 입지를 더욱 좁힌 훼불 군주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글 창제 후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해 널리 알리려 했던 것은 왜일까?

오윤회 대장경연구소 연구원은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를 최근 출간했다.

조선 지식인들의 독서·편집 기술부터 불교의 생각 기술, 동아시아의 지식 문화, 우리 땅에 내려오던 함께 읽기 전통까지 역사와 문화, 종교를 넘나들며 국어학과 불교학이 놓친 언해 불전의 숨은 뜻을 찾아온 지은이는 “언해불전은 지배층의 특권을 허물려는 이념 투쟁의 도구”라고 설명한다.

한글을 통해 보고, 살피고, 생각할 수 있게 백성들을 깨우치고, 지식과 권력과 금력을 지배층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신라 이래로 승속, 남녀, 노소, 존비의 차별 없이 함께 읽고, 토론하던 열린 지식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것도 언해불전을 펴낸 또 하나의 의도다. 혁명의 거친 물결 속에 휩쓸려 사라진 이 전통을 되살려야만 거친 앎으로 인한 폐해와 성리학자들의 독주를 막고, 조선을 제한적이나마 열린사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불광출판사 | 392쪽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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