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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2015년 08월 13일 (목) 08:52:48 박병기 buddhismjournal@daum.net
팔월 더위가 절정인 곳에 입추(立秋)라는 절기가 들어앉아 있는 절묘함을 몸으로 느끼는 시절이다. 가끔 감
   
당할 수 없는 땀을 견디며 걷다가 그늘에 들어서자마자 스미는 서늘함 속에 그 가을의 기운이 담겨있고, 가을은 다시 겨울, 봄으로 이어지며 삶의 심층적인 구비들을 채워갈 것이다.

이 여름의 한 복판 속에서 ‘세계 최초의 법’이라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이미 ‘도덕 교과’라는 독립된 과목을 통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걸쳐 폭넓은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도 별도의 법을 정해 그 인성교육을 강제해야 할 만큼 우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일까? 다른 일이라면 제대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여야와 진보정당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학교 폭력과 높은 청소년 자살률, 교사와 부모의 권위 추락 등 우리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힘없는 아이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를 골라 집단으로 왕따 시키거나 폭력을 가하는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공부나 입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꽃 같은 목숨을 스스로 던지는 아이들 또한 쉽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다는 참담한 이야기마저 간간히 들려온다. 어떻게 해야 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인성교육진흥법은 이런 고민의 산물인 듯하다. 그렇다면 굳이 그 법 제정의 의도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우리의 근대 이후 교육사의 어두운 그림자와 겹치는 현 정권의 몇 가지 부정적인 모습 때문이다. 그 중 핵심은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전 국민에게 강요한 ‘국민교육헌장’의 그림자와 가장 폭압적이고 부정의한 정권이었던 전두환 정권이 앞장서서 내놓은 ‘국민정신 9대 덕목’의 그림자다.

실제로 인성교육진흥법에서도 8개의 핵심 가치덕목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예(禮)와 효(孝)이다. 예와 효 자체를 문제삼을 이유는 없지만, 그 예와 효가 주로 유교적 뿌리를 갖고 있는 수직적 인간관계 속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윗사람에게는 무조건 굴종하는 것이 예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라도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전통적인 효 개념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가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효에는 부정의한 체제와 독재자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해야 한다는, 일제 강점기 이후 충효교육(忠孝敎育)의 그림자가 따라붙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이런 법까지 만들어 인성교육을 하려고 할까’ 라고 말이다. 우리 학교나 가정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교육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아있는 것은 성적과 맹목적인 돈과 출세 지향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스스로의 행복까지 망쳐가면서 힘들게 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자신의 삶이 연기적 관계망 속에서만 가능한데, 현재 우리 교육은 그 관계망을 철저히 파괴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겨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방치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기왕 마련된 법을 잘 손질해서 교육의 중심축을 인성교육으로 돌리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나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내고 있는 말과 행동을 성찰의 대상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만 한다. 늘 진리는 멀리 있지 않은 법이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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