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사(開福寺)’ 명문 기와.
‘개복사(開福寺)’ 명문 기와.

충남 서천에서 그동안 잊혔던 사지가 발견됐다.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운갑사와 개복사의 옛터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국강고고학연구소(소장 차재동)가 지난해 3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충남 서천 종천지구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사찰터, 건물지, 생산유적 등 백제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구를 발견했다며, 8월 11일 현장 설명회를 가졌다.

발굴조사 결과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유구층에서 각각 ‘운갑사(雲岬寺)’, ‘개복사(開福寺)’ 명문이 찍힌 기와가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이들 사찰은 현재 문헌상으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역사에서 사라진 폐사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자료로 주목된다”고 밝혔다.

사역 외곽에서는 사찰과 사역 내 건물을 짓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시대 토기·기와가마와 주조(鑄造) 유구, 통일신라에서 조선 시대에 이르는 기와·도기·자기·숯가마 등 생산유적도 함께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백제시대 건물지는 잔존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명확하지 않지만, 축조 방법과 연화문 수막새 등의 출토유물 등으로 미루어 관청, 객관(客館), 제의(祭儀), 사원 등의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통일신라 하대에 백제시대 건물지의 대지와 축선을 활용해 운갑사가 창건되었고, 고려 시대에 개복사로 명칭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운갑사지 불두.
운갑사지 불두.

통일신라 유구에서는 ‘회창오년 운갑사(會昌五年, 雲岬寺)’가 새겨진 명문기와와 석조 불두편, 계단식 축대시설, 출입시설, 항축 유구, 배수로, 초석, 적심시설이 확인됐다. 또 고려시대 유구에서는 소조 불상과 ‘개복사(開福寺)’ 명문기와, 중정(中庭)과 행랑채 건물, 측면 건물 등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유구에서는 석조 불상편을 재료로 쓴 담장열과 보도시설, 기단석렬, 초석 거물지, 출입시설 등이 확인됐다. 담장열에 쓰인 불두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절터가 사찰이 아닌 다른 시설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됐다.

문화재청은 발줄조사 완료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적에 대한 적절한 보존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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