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가천리 사지 유구 전경. <사진=조계종 문화부>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이 밀양과 울산을 잇는 고속국도 제14호선 도로 건설공사로 훼손 위기에 처한 울산 가천리 사지와 밀양 봉성사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조계종은 8월 11일 오후 3시 조계종 대변인 일감 스님과 문화부장 혜일 스님 명의의 ‘울산 가천리 사지 유적 보존을 위한 조계종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에 두 사지의 원형 보존을 강력히 요청했다.

입장문에서 조계종은 “울산 가천리 사지와 밀양 봉성리 사지 는 원형 그대로 역사적, 문화적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며, “특히 가천리(6공구 구간)에서 발견된 사찰 유적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유적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절터로 반드시 원형보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이어 조사 중인 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사지 조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해당 구간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가천리 사지의 성격과 가치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정밀 발굴조사를 실시하며, 진정성이 담긴 사지 보존 정비안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계종은 이날 입장 발표에서 봉성사지보다는 가천리 사진의 원형 보존 요구에 더 치중했다.

봉성사지는 사업시행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유적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하로 터널을 뚫어 사지를 원형 보전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가천리 사지는 공사를 강행할 의사를 굽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공사가 상당히 진척돼 가도로 선형 변경이나 도로 표고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도 그동안 발굴조사를 철저히 해 중요 유적으로 파악되면 사지를 우회해 도로를 건설할 것을 요구해왔다. 불교문화재연구소도 공사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고, 직접 발굴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가천리 사지는 경주-언양간 직통로인 구조곡에 연접해 있어 통일신라시대 주요 교통로 상에서 그 기능이 주목되는 사지”라며, “확인된 유구의 상태, 출토 유물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철저한 발굴조사와 함께 유적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11월부터 울산문화재연구소가 시·발굴조사에 들어간 가천리 사지는 전문가 검토회의 평가 결과 평점이 94.00점으로 보존이 유력한 봉성사지의 88.84점보다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평점이 70점 이상이면 원형보존 대상이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는 유적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난 7월 1일 현지 조사 후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불교유산 뿐만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조계종의 기본 입장”이라며, “공사가 강행될 경우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반대운동을 전개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천리 사지는 문헌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이번 시·발굴조사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절터이다. 발굴조사 결과 금당지, 강당지, 회랑지, 석탑지 등 사찰 주요 시설과 각종 공방 유구, 추정 목욕 유구 등 부속시설, 석탑재, 암·수막새, 치미 등 기와조각, 토기 및 자기 조각 등을 확인했다. 지역 구전에 따르면 통도사만큼이나 큰 절이었다고 한다. 현재 발굴조사 구역은 전체 사역의 1/3에 불과하다.

밀양 봉성사지는 ‘奉聖寺’란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돼 절 이름이 확인됐다. 봉성사는 《삼국유사》 <백률사> 조와 <보양이목(寶壤梨木)> 조, <혜공왕> 조, <효공왕> 조에 기록된 고찰이다. 출토 유물과 토층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때인 9세기 경 창건돼 조선시대인 15세기까지 조영된 사찰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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