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가 지난 7월 8일 제49차 회의를 열어 세 번 부결되었던 종헌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인준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 기사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원로회의가 중앙종회에 “종헌에 원로의원에 대한 징계는 원로회의 과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공문을 발송키로 했다는 대목이다.

이전의 기사를 찾아보았더니 조계종 원로회의는 1년 전에도 종헌개정안 인준을 부결하면서 중앙종회에 “원로의원을 징계할 경우 원로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할 것” 등을 포함하는 종헌개정을 요구했었다. 이번에는 ‘과반 이상의 동의’를 요구했으므로 작년의 ‘3분의 2 이상 동의’에 비하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뭔가가 찜찜하고 불편하다.

물론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종회의원들에 대한 예우에 비해 원로의원들에 대한 예우는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징계’에 대한 ‘예우’에 있어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현재 <종헌>에서는 “중앙종회의원의 징계는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원로의원의 징계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 원로의원 스님은 “종회의원은 신분이 보장되지만 원로의원들은 책임만 지고 권한은 아무 것도 없다. 원로의원의 동의 없이 징계도 가능하다. 종단 최고회의인 원로회의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원로의원 징계는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신분 보장이란 게 뭘까? 죄를 지은 원로 스님들을 징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신분보장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책임만 있고 권한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종헌>에서 규정된 원로회의 권한 가운데는 △종정 추대권 △종헌 개정안 인준권 △선출된 총무원장에 대한 인준권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대한 인준권 △종단 비상시 중앙종회 해산 제청권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종회가 해산되었을 때는 비록 2개월 이내이긴 하지만 원로회의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였다. 이번에 종헌 개정안이 3번이나 인준이 거부된 끝에 네 번째에서 인준된 것만 보더라도 결코 작은 권한이 아니다. 그런데도 “책임만 지고 권한은 아무 것도 없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다.

조계종의 <종헌> 제8장 중앙종회에 불징계특권(不懲戒特權)을 넣은 것은 국회의원 면책특권(免責特權)과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을 흉내 낸 것이다.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정부 형태를 왜곡하여 도입한 것이 조계종의 권력구조인데, 이런 특권까지 창조적으로(?) 모방한 것이다. 중앙종회의원에 대한 이러한 특권도 배타적 집단이기주의라고 하여 논란이 많은데 원로회의까지 특권을 요구하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조계종 <종헌> 제26조에 의하면 원로회의는 “승납 45년, 연령 70세, 법계 대종사급의 원로 비구로 구성한다”고 하였다. 대종사(大宗師)는 종단의 큰스승, 불교계의 지도자이라는 의미이다. 45년 이상 절에 살았고 속세 나이 일흔이 넘었으면 특별한 수행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저절로 부끄러움이 없는 경지에 올랐을 것이다. 불매인과(不眛因果)라, 인과(因果)에 밝으면 저절로 죄를 짓지 않게 된다는 그 경지 말이다. 그런데도 징계를 걱정하여 <종헌>에 특권을 넣어달라고 떼를 쓰고 있으니 후학들은 뭘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원로의원 스님들은 종정 스님과 더불어 종단 최고의 어른으로 모든 중생들의 정신적 귀의처이다. 그러므로 높은 종교적 도덕성이 요구된다. 어른 스님들이 배타적 집단이기주의라고 비난받는 중앙종회의원에게 특권을 내려놓도록 꾸짖는 것이 마땅한데도 오히려 자신들이 특권을 요구하다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지 편집인 · 재단법인 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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