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내가 없으면
<중생>
따라 짖는다 옆집 개가 짖으면
<시인도 꽃도 스님도 사랑도>
물 켠다 가난해서

제목에 따른 한 줄 시다. 어떤 것은 제목보다 시가 더 짧다.

김상백 시인의 시집 《한 줄로 된 깨달음》이 최근 불교서적 전문출판사 운주사에서 나왔다.
표제가 그렇듯이 시인은 한 줄의 메시지로 시적 깨달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짧고 간결한 시는 그래서 마치 화두와 같다. 시의 이해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면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미 몇 권의 저서를 통해 불교적 수행과 사유의 경계를 세상에 알린 바 있다. 지난 해 계간 <문예바다>를 통해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써 시인으로 등단한 저자는 첫 시집 《한 줄로 된 깨달음》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모든 시가 한 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총4부로 구성된 시집은 뒤로 갈수록 연도 많고 말도 많아진다. 그렇다고 선지(禪旨)가 엷어지거나 격외(格外)가 투박하진 않다. “선시 읽기를 즐겨하다 보니 나의 시도 자꾸 짧아져서 큰일이다”는 작가의 말마따나 한 줄 시가 극도로 절제된 다이어트 선시형(禪詩型)이라면 2~4부 시들은 선의 산문시(散文詩)다.

실제로 《한 줄로 된 깨달음》은 오랜 기간 선을 공부하거나 내공을 쌓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공안(公案) 같은 시다. 작가가 시단에 갓 입문한 초년병이나 시의 메시지는 면벽 경력이 묻어나는 선사의 할과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김상백 시인은 대학교 1학년 때 경북 풍기의 성혈사에서 선사 봉철 스님과 인연을 맺고 시창(是窓)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2011년 봉철 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사사했다. 지난 해 시인으로 나오기 전까지 이미 그는 《행복을 좇아가지 마라》 《극락도 불태워 버려라》 《법성게 강해》 《은그릇에 흰 눈을 담다》라는 책을 펴내며 교계 독자들과 친밀감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김상백 시/한 줄로 된 깨달음/운주사/값10,000원

-김종만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