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악당 재인(東岳堂 在仁) 대선사 진영’ <사진=문화재청>

도난 불화가 미국으로 유출된 후 현지 경매에 출품됐다가 환수됐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과 문화재청은 협력을 통해 미국 경매에 출품된 ‘동악당 재인(東岳堂 在仁) 대선사 진영’을 환수했다고 21일 밝혔다. 두 기관은 21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영 환수 공개식을 갖고 진영을 공개했다.

진영은 순천 선암사 진영각에 보관돼 있다가 1990년대 말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은 조선 후기 화사승인 의겸(義謙, 생몰년 미상) 스님의 수제자 긍척(亘陟) 스님이 조성했는데, 지금 없어진 화기에 ‘건륭3년계해이월○일(乾隆三年癸亥二月○日)’이라는 내용이 있어 영조 14년(1738)에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진영”이라고 설명했다.

18세기에 활동했던 동악당 재인 스님은 서산대사 휴정(西山大師 休靜, 1520∼1604) 스님의 5세손이라는 것 외엔 전하는 것이 없다. 이 진영은 동악 스님의 활동 시기와 제작 연대로 미루어 스님이 입적한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미국인 모씨가 한 경매소에 이 진영을 출품한 사실을 확인하고 조계종과 협의해 불화 환수를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경매소에 진영이 도난 문화재임을 통보하고 즉각 경매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고, 미국인 모씨는 이 진영이 도난품임을 알고 아무 조건 없이 반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을 미국에서 이운해 오는 비용은 조계종 측 선암사(주지 법원)가 전액 부담했다.

환수된 진영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당분간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하며 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환수된 진영을 진영 보수가 완료된 뒤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할지, 또는 원 소장처인 선암사에 보관할 것이지 문화재청, 선암사 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해 10월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환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이후 거둔 첫 성과다. 두 기관은 ‘진영 환수 공개식’에 앞서 지난 해 10월 체결한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의 대상을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까지 확대하고 협력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해 ‘협약서 이행을 위한 협력 각서’를 체결했다.

▲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환수를 위한 협약서 이행을 위한 협력 각서’에 서명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협약에 따라 앞으로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 기본 정보 주기적 교환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 현황과 반출 경위 조사 등을 함께 진행하고,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 정보 체계적 관리(조계종)와 행정적 재정적 지원(문화재청)을 분담해 나가기로 했다. 두 기관은 또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된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는 적극 환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협약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경찰과 함께 체결한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의 첫 성과로 ‘동악당 재인 대선사 진영’이 환수돼 돌아왔다”며, “문화재청과 협약 이행을 위한 추가적 협력을 통해 국외로 불법 반출된 소중한 불교문화재를 제자리로 찾아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악당 재인 대선사 진영’ 환수와 협력 각서 체결을 계기로 국외 소재 불교문화재 현황과 반출 경위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도난 문화재로 확인되는 경우 즉각 환수 할 수 있도록 조계종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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