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저서 《선문정로(禪門正路)》에서 중국 법안종 3대 조사 영명 연수(永明 延壽) 스님의 저술 《종경록》에 대해 “종문(宗門)의 지침(指針)으로 용수(龍樹) 이래 최대 저술로써 찬앙(讚仰)된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종경록》은 10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명추회요(冥樞會要)》같이 핵심을 가려 뽑은 촬요본이 지속적으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를 냈던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마음공부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종경록》의 촬요본 《명추회요》 한글 번역본을 출간했다.

《명추회요》 출간은 1993년 총 37권으로 완간된 <선림고경총서> 시리즈의 2집 불사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2집 불사 시작을 왜 《명추회요》로 잡았을까?

원택 스님은 <선림고경총서> 1집 출간을 마무리 짓고 스승인 성철 스님에게 2집 출간을 상의 드릴 때 《명추회요》와 《오등회원(五燈會元)》을 먼저 번역할 뜻을 비췄다고 한다. “더 이상 번역불사를 하지 말라”던 성철 스님도 “《종경록》은 어려운 책이니 《명추회요》라도 번역해 유포하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며 허락했다 한다.

그렇게 시작된 《명추회요》 번역작업은 지난했다. 번역의 어려움 때문에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 《명추회요》 번역본은 23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명추회요》는 북송의 회당 조심 스님과 그의 문인인 영원 유청(靈源 惟淸) 스님이 《종경록》을 상·중·하 3권으로 추린 책이다. 제목의 ‘명추(冥樞)’, 곧 ‘그윽한 지도리’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에 번역된 《명추회요》의 저본은 일본 가경(嘉慶) 원년(1387)에 간행된 판본이다. 번역불사를 시작한 이후 중국 종교문화출판사에서 출판한 《영명 연수 선사 전서》 상·중·하를 추가로 참조하였고, 그동안 표시하는데 어려움이 컸던 ‘인용문과 인용문 속의 인용문장에 대한 인용부호와 표점’도 한국고전번역원의 표기법에 따라 정리했다.

《명추회요》는 대부분 마음(혹은 일심)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수 스님은 《종경록》 100권을 크게 표종장, 문답장, 인증장으로 구분했는데, 《명추회요》는 《종경록》 가운데서 2·35·47·53·86·87·88·97권을 제외한 나머지 92권에서 내용을 골고루 추려냈다.

원택 스님은 “《명추회요》 번역 출간으로 한국불교계가 ‘보조 국사의 돈오점수 비판’으로 국한되고 있는 ‘성철 불교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보조 지눌 스님의 돈오돈수를 비판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성철 스님은 부처님의 중도(中道) 사상으로 선(禪)과 교(敎)를 일관되게 논의했다는 것이다. 원택 스님은 “《명추회요》 발간이 부처님의 중도(中道) 사상으로 선교(禪敎)를 설파한 《백일법문》, 수행론으로서 돈오돈수론을 천명한 《선문정로》, 중도관으로 역대 조사들의 공안들을 드러내 보인 《본지풍광》을 깊게 연구하여 한국 선교(禪敎)학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앞으로 《오등회원》 등 여러 선서들을 지속적으로 번역 출간할 계획이다.

장경각 | 784쪽 | 3만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