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재심호계원이 94년 개혁종단 당시 멸빈된 전 총무원장 의현 스님에 대해 멸빈 징계를 무효화하고 공권정지 3년을 결정해 종단 안팎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조계종 종헌 제128조는 ‘징계를 받은 자로서 비행을 참회하고 특히 선행 또는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집행중이라도 징계를 사면, 경감 또는 복권시킬 수 있다. 다만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종헌을 무시하면서까지 재심호계원이 의현 스님의 멸빈을 푼 것은 종단 권력의 지시가 배후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조계종단의 조직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의 중심이자 핵심기구인 호계원은 그동안 이러한 3권 분립 정신을 지켜오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오히려 사법 권력을 이용해 종단 지도부에 곡학아세하는 처신을 숨기지 않았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종단 최고 권력의 편에서 징계결정을 내렸다. 이번 의현 스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계종단의 호계원은 솔직히 말해 3권 분립에 있어서 독립체제가 아니다. 호계원장을 입법부인 중앙종회에서 선출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거니와 호계위원 선출도 엄격히 자질을 따져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호계원법상 무자격자임에도 초·재심 호계위원을 거쳐간 이들이 적지 않다. 종단 최고 권력의 입김에 의해 선출된 초·재심호계위원들은 당연히 호법부가 심판청구한 피제소자들에 대해 권력의 눈치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 조계종 사법부의 현주소다. 현재 의현 스님의 심판결정과 관련해 종단 안팎의 비판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미 호계원은 종단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됐다. 이러한 상황이 극복되지 않으면 호계원은 총무원의 하부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사법기관으로서 올바로 우뚝 서기 위한 강력한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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