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보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어떤 이는 개인적인 염원을 담아 탑을 쌓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국가를 위한 기원을 담아 경판을 새겼을 것이다. 또 불법 홍포를 위해 정진한 수행자라면 세세생생 불법(佛法)이 이어지길 서원하며 불상을 조성하기도 했을 것이다.

성보에 깃든 선조들의 간절한 바람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8월 2일까지 특별전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를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국보로 지정된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를 비롯해 보물 752호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보물 1781호 대혜원명 범종 등 126건 431점의 성보가 출품된다. 이중 34건 134점이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다.

이번 전시회는 사리장엄구, 불상, 범종, 쇠북, 향완 등에 새겨진 명문(銘文)과 경전 간기(刊記), 사경 사성기(寫成記), 불화 화기(畵記) 등 다양한 형식의 발원문을 통해 성보 조성에 동참한 다양한 계층의 바람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며 영조의 도포와 함께 대구 파계사 건칠관음보살좌상 복장에 납입한 발원문, 인목대비가 불심에 의지해 아들 영창대군의 죽음과 폐서인의 치욕적인 삶을 견뎌냈음을 보여주는 ‘금광명최승왕경’의 간기 등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불상의 복장유물이 보존 처리를 거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금동아미타삼존불과 목조관음보살좌상에서 발견된 발원문, 사리, 경전, 직물, 곡물, 복식 등 복장유물이 그것.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나 경주 황룡사 목조구층탑 금동찰주본기처럼 여러 점으로 이루어진 유물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전시한 것도 특징이다. 성보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피기보다 각 성보의 조성 배경과 후원 의도를 살펴보자는 의도다.

이밖에 고려시대 복식과 직물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 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여래좌상 복장유물, 화사한 색채가 특징인 국보 282호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지금도 부처님오신날 탄생불을 옮길 때 사용하는 울진 불영사 불연(경북 유형문화재 397호) 등은 이번 전시회에서 눈 여겨 볼만한 성보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가가 후원한 사리장엄구부터 백성의 소박한 바람이 담긴 작은 불화에 이르기까지, 불교미술에 담겨진 신앙심과 염원은 현대인의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은 삶의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별전을 통해 우리 삶을 지탱해 온 종교적 정서와 위로에 눈을 돌리는 여유를 가져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