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영은사 주지 행담 스님이 문단 등단 이후 첫 번 째 시집인 <소리없는 소리>(도서출판 글앤북)를 최근 출간했다.

영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월정사의 말사로 891년 범일국사(梵日國師)가 창건한 전통사찰로 행담 스님은 10여 년 전 주지로 부임한 이후 시와 그림, 서예 등으로 수행정진을 이어 왔다.

이번에 <소리없는 소리>에 수록된 시들은 총 87편. 선리(禪理) 및 선지(禪旨)를 담고 있는 시들을 포함해 산중생활 수행과 풍경을 비유한 산거시(山居詩)와 산정시(山情詩)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소리없는 소리>는 이들 시를 성격과 유형에 따라 △산사에 들어 온 자연 △깨침의 미, 깨침의 울림 △나그네의 말, 주인공의 말 △자유로운 바람의 말 △세상에 던지는 여시아문 등 5개 주제로 나누어 싣고 있다.

시집 말미엔 엄창섭 관동대학교 명예교수(수필가 · 월간 모던포엠 주간)가 ‘생명의 시학과 묵언의 통섭-행담의 시적 자유로움과 삶의 잠언’을 주제로 쓴 행담 스님 시에 대한 해설을 수록했다.

시집 표지그림도 행담 스님의 작이다. 표지그림은 고래를 그린 것이다. 단순한 듯하지만 격외(格外)와 해학(諧謔)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기법은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작으로 평가된다. 행담 스님의 그림은 다시 말해 선화(禪畵)다. 세속에서 범접할 수 없는 격외의 도리가 그림 속에서 실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예술가의 경지를 구축한다.

실제로 행담 스님은 일제 강점기 당시 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설봉(雪峰) 지운영(池雲英 1852~1935)이 외할아버지다. 행담 스님은 이런 가계(家系)의 연유로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숨어 있고 이것이 시와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다.

▲ 시인 행담 스님은 현학적인 기교보다 담백한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행담 스님의 시는 그림을 보듯 눈앞에 펼쳐진다. 반대로 그림은 시적 표현으로 다가선다.
행담 스님은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두 번째 시집은 선화(禪畵)를 곁들인 시화집(詩畵集)으로 펴낼 계획이다.

시조시인 정휴 스님은 시집 <소리없는 소리> 추천사에서 “행담 스님은 승려시인답게 선과 시가 조우하는 자리를 찾고자 용맹정진하고 있다”면서 “행담 스님의 시편들은 현학적인 기교랄 것이 없어서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불법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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