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 펴낸 학담 스님

우리가 부처님 말씀으로 알고 있는 대승경전은 기실 부처님의 친설(親說)이 아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의 뼈대는 담고 있으되 후대의 누군가에 의해 창작되고 편집된 기록이라는 게 정설이다. 대승경전을 통해 불교를 접하고 배우다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우리에게 제시하려 했던 가르침을 대승의 교법보다 한 차원 낮은 가르침으로 치부하거나 본래 뜻과는 다르게 곡해할 수도 있다.

흔히 아함부 경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원음에 가깝게 전하고 있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제자 가운데 부처님의 법문을 가장 많이 들어 ‘다문(多聞) 제일’로 일컬어지는 아난 존자가 500명의 장로와 함께 모여 합송(合誦) 형식으로 공인한 경전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기록한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이기에 모든 경은 ‘이와 같이 내가 들어다’는 뜻의 ‘여시아문(如是我聞)’로 시작한다.

▲ 학담 스님
아함부 경전은 위대한 깨달음의 완성자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우므로 이후 탄생·발전해온 모든 경전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을 원음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아함부 경전은 일반인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한문 원전만 2000여 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인데다가, 그 내용 또한 깊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아함부 경전은 《장아함》 30권, 《중아함》 222경, 《증일아함》 473경, 《잡아함》 1362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담 스님이 최근 펴낸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은 방대한 양으로 섣불리 접근하기 쉽지 않은 아함부 경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학담 스님은 서문에서 이 책을 “아함이 가르치는 연기의 진리바다〔眞如海〕에 들어가는 첫 입문서의 성격을 띤다”며, “입문서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입문서이고, 전체를 드러내는 작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모태는 학담 스님의 전작 《가려 뽑은 아함경》(조계종출판사, 1992)과 《학담평석 아함경》(한길사, 2014)이다. 《가려 뽑은 아함경》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어려운 한문투였던 번역은 온전히 새롭게 했다. 각 장마다 이끄는 글을 새롭게 다듬고 모든 경에 《학담평석 아함경》의 번역을 그대로 가져왔다. 또 미륵불의 용화정토 건설에 관한 경을 보완했다.

학담 스님이 지난해 펴낸 《학담평석 아함경》은 12책 20권, 권당 1,000여 쪽, 원고지 4만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발원에서부터 발간까지 30년이 걸린 역작이다. 《학담평석 아함경》은 이처럼 기념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방대한 양 때문에 독자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함경》의 참뜻을 한 권에 담아낸 것이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이다.

전작 《학담평석 아함경》은 ‘아함’을 삼보(三寶)의 관점, 즉 불(佛), 법(法), 승(僧)으로 바라보고, 책 전체를 ‘귀명장(歸命章)’, ‘불보장(佛寶章)’, ‘법보장(法寶章)’, ‘승보장(僧寶章)’이라는 네 개의 체제로 나누었다. 그리고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아함’을 완전히 해체하여 재조합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잡아함》은 ‘오온(五蘊)’, ‘범천(梵天)’ 등과 같이 키워드 별로 가르침을 분류했고, 《장아함》은 여러 경의 단편적인 내용들을 긴 서술 형식으로 엮고 있으며, 《증일아함》은 한 수〔一〕에서 열한 수〔十一〕까지 법수(法數)에 따라 내용을 모아 편찬했다. 하지만 학담 스님은 책 전체를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이라는 네 개의 체제로 나누고,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아함’을 완전히 해체하여 재구성했다.

학담 스님이 이처럼 《아함경》을 삼보의 관점에서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으로 구분한 것은 ‘대승의 교리와 아함 속 부처님의 본뜻이 둘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다.

학담 스님에 따르면 “아함은 부처님의 육성 설법을 전한 초기경전으로서 아비달마의 철학적 논의가 더해지지 않았다. 대승불교는 아함의 기본교설에 대한 왜곡된 이해와 실천의 편향을 바로잡아 시대 속에서 부처님의 뜻을 다시 현창한 불교다. 소승이라는 개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적으로 받아들인 보살승(菩薩乘)에 의해서, 아함의 가르침을 치우치고 좁게 풀이하고 이해한 부파불교의 수행집단을 비판한 시대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대승의 보살승이 실은 《아함경》의 본뜻을 참으로 실천하고 바로 이해한 실천집단이라 할 수 있으나, 대승경전이 시대철학과의 관계 속에서 보편주의적 술어를 사용함으로써 경전이 관념화되고 초월주의한 측면도 있다. 소승을 비판한 가르침을 많이 접한 북방 불교권에서 아함경과 대승경전이 이원화될 수밖에 없었고, 중국불교의 종파불교의 전통에서 선(禪)과 교선과 파라미타행이 이원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학담 스님은 “아함의 체제를 새로이 구성함으로써 대승과 소승, 위빠사나와 조사선, 선과 교를 이원적으로 이해하는 불교계의 기존 시각에 통일적인 이해의 눈을 제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은 ‘삼보(三寶)의 체제로 《아함경》을 살펴본다’는 《학담평석 아함경》의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네 아함, 다섯 니까야로 방대하게 전해지던 《아함경》의 내용을, 불·법·승 삼보의 관점에 따라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으로 나누어 ‘아함’을 재조합했다. 각 장 도입부에 ‘이끄는 글’을 붙이고, 각 절의 시작마다 다시 소개글을 붙였다. 본문에서는 경의 제목을 ‘•’로 표시하고, 경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학담 스님의 해설을 붙였다.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의 각 장별 내용을 살펴보면, 제1장 ‘삼보의 체제로 《아함경》 해설서를 펴내며’(大義章)에서는 혼란의 시대 《아함경》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짚어보고, 아함의 기본 사상과 삼보 중심으로 불교를 이해하도록 안내했다.

제2장 ‘삼보께 목숨 다해 귀의하리’(귀명장)에서는 붓다의 뜻에 의지하여 ‘삼보에 귀의한다는 것’의 의미와 귀의하는 공덕, 스스로 깨닫는 해탈의 삶에 대해 살폈다.

제3장 ‘진리의 몸 지혜와 자비의 완성이신 붓다’(불보장)에서는 불보(佛寶)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스승’인 부처님에 대해 말했다.

제4장 ‘세계의 실상과 여래의 가르침’(법보장)에서는 부처님께서 가르친 진리, 즉 다르마를 소개했다. 이른바 연기법(緣起法) 또는 연기론(緣起論)으로 체계화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실천을 통해 니르바나에 이르는 경을 보였다.

제5장 ‘평등과 해탈의 공동체’(승보장)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승가, 즉 출가교단과 재가대중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상가는 불교를 믿는 불교도들만의 공동체를 넘어 바른 삶의 길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공동체이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의 현장 자체임을 보였다.

《학담평석 아함경》도 그러하지만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도 어렵고 난해하던 불교용어와 개념을 되도록 한글화했다. 때문에 막연하던 단어가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한 뜻으로 다가온다.

가령, ‘무소유(無所有)’는 ‘가지지 않음’이라는 단순한 개념이 아닌 ‘가지지 않는 행’이라는 말로 풀었다. 이것을 통해 무소유의 뜻을 ‘복덕을 받지 않는 행〔不受福德〕’으로 읽히게 해 그 의미를 분명하면서도 쉽게 전달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주체와 객체는 ‘곳〔處〕과 들임〔入〕’으로, 오온(五蘊)은 ‘다섯 쌓임’으로, 색(色)은 ‘존재’ 혹은 ‘물질’, 수(受)는 ‘느낌’, 상(想)은 ‘모습 취함’, 행(行)은 ‘지어감’, 식(識)은 ‘앎’, 사상(思想]은 ‘짓는 뜻’으로 옮겼다. 이러한 우리말 번역 시도는 학담 스님이 깨달은 언어문자를 통한 실상의식, 언어문자 속의 해탈에 다름 아니다.

아함 해석의 새로운 뜻을 펼쳐 보려고 전국을 돌던 스님은 이런 저런 장애를 겪으며 두 가지 다짐을 했다 한다. 첫 번째는 입문서에 해당하는 한 권의 《아함경》을 가려 뽑는 일이고, 두 번째 작업은 대승이 아함을 풀이하듯, 아함으로 대승경전을 풀이하는 일이다.

첫 번째 작업은 《한 권으로 읽는 아함경》을 발간함으로써 마무리되었고, 두 번째 작업은 그 기초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동아시아 한문불교권에서 회통불교의 위대한 선각자인 원효 스님의 저작을 해석하는 일이다.

학담 스님은 “원효 해석이 대중 속에 회향되고, 어려운 한문불교의 용어들이 우리말 말씀의 꽃으로 피어날 때, ‘아함과 대승 그 뜻의 돌아감〔旨歸〕이 둘이 아니다’라는 우리의 주장이 비로소 역사 속에서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담 스님의 또다른 원력의 성취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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