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특징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 가운데 선불교의 전통이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한다. 신라 말에 수용되고 고려 말에 불교계를 주도하게 된 선종이 지금까지 사상적으로 커다란 위상을 갖고 있지만, 일반인이나 불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쉽게 이해되고 있지 못한 면이 적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선이 선승이나 관심이 있는 소수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방함록(芳啣錄)이란 용어가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음력 10월 15일에 결제(結制)가 시작되어 내년 1월 15일에 해제(解制)하는 동안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방함록이란 결제 기간에 선원에서 안거하는 선승들의 직명, 성명, 법명, 나이, 본사 등을 적어 두는 명단을 가리킨다. 일반 사회에서 비슷하게 사용하는 용어로는 방명록(芳名錄)이 있다. 방명이란 꽃다운 이름이라는 뜻으로 남을 높여 그 성명을 이르는 말이고, 방명록이란 특별히 기념하기 위하여 사람의 이름을 죽 적는 명단이다. 그런데 『초사(楚辭)』이소(離騷) ‘고중방지소재(固衆芳之所在)’ 주(注)에 중방유군현야(衆芳喩?賢也)라고 한 바와 같이, 본래 방(芳)은 현자(賢者)를 가리킨다. 따라서 방함이란 의미에는 이러한 뜻이 내포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방함록은 대개 구한말 이후의 것이 대부분이고, 그 역사적 연원이 어떠한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방함록에 사용되고 있는 직명이나 안거 관련 사실은 선종에서 선승의 생활을 규정하는 『선원청규(禪苑淸規)』나 선적(禪籍)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아울러 선종 교단의 전통은 일본 선종계에도 잘 남아 있다. 그러면 중국, 일본 등의 문헌이나 전통을 참고하여 방함록에 담겨 있는 선문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결제에 앞서 선승은 안거하고자 하는 선원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이를 방부(榜附)라고 하는데 ‘용상방(龍象榜)에 이름을 붙인다.’라고 하는 뜻이다. 『선원청규』제 1권의 괘탑(掛搭)에는 방부에 관한 내용이 있다. 괘탑이란 발우를 걸어놓는다는 뜻이다. 석장(錫杖)을 건다는 의미의 괘석(掛錫)도 같은 말이다. 따라서 괘탑이란 선승이 선방에 머물며 대중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괘탑 의식, 즉 방부 의식은 전통적으로 엄정하게 이루어진다. 입방을 원하는 선승은 위의를 갖추고 유나(維那)에게 가서 인사한다. 서로 삼배로 예를 올리고, 함께 차를 마신 뒤 “오래부터 도풍(道風)이 울려 퍼지니 여기에 와서 머무르고자 합니다. 자비를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유나는 “산문의 다행입니다. 특별히 광림(光臨)함을 입게 되었습니다.”라고 화답한다. 이어 도첩을 건네면 유나는 이를 받아 법납의 순서대로 상자 안에 넣는다. 객승들은 유나의 방을 나온 뒤 불전이나 조사당에 가서 참배한다. 이어 유나가 받은 도첩을 돌려주고 입방을 허락한다. 그러면 객승이 처소에 가면 법납에 따라 괘탑할 곳을 받게 된다. 이어서 각 소임자로부터 대중생활에서 지켜야할 규율을 듣는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선원청규』의 괘탑 절차는 일본 선종계에도 마찬가지이며, 보다 까다롭고 상세한 절차나 형식이 잘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선원에서 행해지는 방부의 절차는 예전의 그것과는 다른 면도 적지 않다. 지금의 방부 절차는 지객으로부터 참중원서(參衆願書)를 받아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중원서에는 보통 속명, 법명, 승적번호, 주민등록번호, 은사명, 본사, 수계, 안거이력 등을 작성한다. 여기서 승적번호, 은사명 등을 작성하는 것은 시대 상황을 감안한다고 할 수 있지만, 속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함께 기입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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