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모와 40대 아들이 10년 넘는 세월동안 전국 400여 곳의 절과 절터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다닌 거리가 자동차로만 20만km, 서울과 부산을 200번 왕복하고 지구를 다섯 바퀴나 돈 거리이다. 이 책은 모자가 차곡차곡 쌓아간 시간과 공간의 기억들을 모은 순례기록이다.

글쓴이 안재인 씨는 방송국 PD일을 그만 두고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공양주 보살들을 취재하던 아들은 절집을 어머니께 구경시켜드리기 위해, 어머니는 아들이 하는 일에 보탬이 될까 하는 마음에 사찰순례를 시작했다.

정당매 피는 산청 단속사지, 동백꽃 후두둑 떨어지는 강진 백련사, 꽃무릇 만발한 영광 불갑사, 어머니 얼굴을 닮은 문경 미륵암터의 마애불…. 모자는 그후로 10년 넘게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가슴에 담았다.

그저 좋은 꽃구경, 절집 구경이나 하자며 떠난 길. 모자의 순례는 이리저리 한가하게 다니는 ‘만행(漫行)’이었지만, 순례를 거듭하며 ‘만행(萬行)’이 되어갔다.

“천하 만물이 ‘선’ 아닌 것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도’ 아닌 것이 없다‘는 성수 스님의 오도송처럼 아들은 흘러가는 구름이나 들에 핀 꽃 한 송이에서도 어머니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 어머니가 관세음보살의 현신임을 깨닫게 된다.

순례를 다니는 동안 사진을 찍는 아들을 묵묵히 지켜보던 어머니는 “나도 사진이나 배워볼까?” 마음을 낸다. 이 책의 한 챕터는 그동안 어머니가 찍은 사진들로 엮었다.

책 속에 실린 아름다운 절과 절터, 돌부처와 벽화 사진은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절과 절터에 얽힌 이야기, 스님과 보살들의 이야기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쌤앤파커스 | 364쪽 |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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