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자이자 법사, 풍류인이었던 미천(彌天) 목정배 교수가 세연을 접은 지 1년 남짓 지났다. 고인은 78년 동안 사바를 주유(周遊)하며 교학과 재가운동 두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큰 나무 아래는 그늘도 깊은 법이다. 스승의 그늘 밑에서 정진하던 후학들이 스승의 자리를 메워보려 하지만 스승이 떠난 자리는 너무 크다.

미천의 후학들이 “큰 빈자리를 스승의 발자취로 작게나마 채워보려고” 두 권의 책을 펴냈다. 평생 계율학자의 길을 걸어온 스승이 계율학의 기초를 정립하고자 30여 년 전 번역해 둔 것을 다듬어 펴낸 《범망경보살계본휘해》와 스승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긴 글을 모은 《붓 가장자리에 마른 글》이 그것이다.

범망경 주석서 모은 ‘계율 교과서’

미천은 한국계율학의 토대를 다진 이로 평가받는다.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 중 으뜸인 계율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불교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 생각한 미천은 한국 불교학계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계율학의 기초를 정립하고자 했다. 율장과 관련 서적, 연구 논문을 탐독한 미천은 계율 연구에 있어 《범망경》을 중요시했다.

보살의 심지법문과 10중계, 48경계 등을 설하고 있는 《범망경》은 대승불교 어느 종파를 막론하고 존중되어 널리 유포되었으며,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번에 후학들이 펴낸 《범망경보살계본휘해》는 대만의 재가불교학자인 이원정이 천태 지자, 운서 주굉, 영봉 우익 등 역대 주석가들의 주석서를 모으고, 이 주석들을 이해하기 쉽게 체계적으로 편집·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정평 있는 주석서들을 경문에 따라 편집·정리해 《범망경》 종합주해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계율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참고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주석서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죄상(罪相)들을 다양한 표로 모아 정리해 독자들이 책 전체 내용을 구조적이고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가자들은 물론이고 계율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계율 교과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운주사 | 558쪽 | 2만 8000원

삶 고스란히 녹아있는 유고집

《붓 가장 자리에 마른 글》은 미천이 <불교신문>에 연재한 ‘자전적 불교사’와 삶에 영향을 준 선지식과의 인연담, 세간에서 도를 이루어 가자는 세제불교(世諦佛敎) 정신을 지켜가야 할 후학들에게 남긴 유훈을 엮은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불교학생운동, 경봉·청담·성철·지관 스님과의 인연, 청년단체 유비시 활동, 《우리말 팔만대장경》 발간 등 불교운동가로서, 불교학자로서 ‘법열’의 삶을 살아간 미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스승의 유고를 모아 이 책을 엮은 후학들은 “승려와 재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국불교의 미래가 있다”며, “우리가 스승의 삶의 발자취를 쫓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후학들의 타산지석이 되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지남철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수레 | 238쪽 |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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