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우직한 한 걸음 한 걸음은 역사가 된다. 그래서 ‘우공이 산을 옮기고〔愚公移山〕’,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牛步千里〕’고 하지 않던가.

건국대학교 출신 불자들의 신행 모임인 건국불자회(회장 우재영)가 우직한 걸음걸음을 모아 역사를 썼다. 1997년 10월 창립한 이래 20년 가까이 150여 차례 전국 각지 사찰을 참배한 발자취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우보천리 주말 사찰여행, 산사에서 나를 보다》이 화제의 책.

책 발간은 지난해 10월 제148차 사찰순례 때 “한 달에 한 번 사찰순례를 하며 가진 뜻 깊은 시간의 의미와 느낌을 함께 나누자”는 채희영 발간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발간위원회는 사찰 소개와 순례,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하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자리한 사찰을 48개 지역으로 분류했다. “매주 한 지역씩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일 년 안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을 모두 만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책에는 삼보사찰, 적멸보궁, 기도도량 등 전통사찰은 물론이고, 창건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불자들의 새로운 신행도량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찰도 포함하기로 했다.

책 구성과 편집 방향은 비교적 쉽게 정했지만 발간 작업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진이 가장 문제가 됐다. 150여 차례 사찰을 순례하는 동안 사진을 체계적으로 남긴 것도 아니었고, 그나마 있는 사진도 책 발간에 사용하기에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송화가족’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김덕종 씨가 전국 1300개 사찰을 촬영한 사진 6만여 장과, 사찰생태연구가 고 김재일 선생의 사진이 찍은 사진 6000여 장을 제공받아 책 편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불교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전문가도 아닌 불자모임이 사찰여행 안내서를 발간했다고 해서 책이 허술하다 지레짐작하면 큰 오산이다.

순례 시 반드시 알아야 할 사찰 역사와 주석했던 큰스님, 성보, 설화 등 각 사찰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주변 명승지와 문화유적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함께 수록해 “마음을 비우고 사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발걸음에 훌륭한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편찬했다.

일례로 경남 합천·함양·거창지역 편에선 해인사와 벽송사, 서암정사, 상연대, 금대암, 용추사 등을 소개했다. 사찰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정여창 고택, 농월정, 거연정 등 주변 명소를 소개한 ‘주변 둘러보기’, 홍류동 계곡과 최치원의 일화를 소개한 ‘알아두면 좋아요’, 명승 수승대를 소개한 ‘꼭 둘러야 할 이색 명소’, 가장 효과적으로 해인사를 참배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한 ‘효과 100배 코스’, 각 사찰의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을 수록한 ‘사찰 정보’ 등 다양하게 지면을 구성했다.

사찰 순례 지침서가 될 알찬 내용도 그러하지만, 420여 쪽에 이르는 지면을 전면 칼라로 조판한 것이나 전문 디자인회사 뺨치는 세련된 편집도 빼놓을 수 없다.

채희영 발간 위원장은 ‘발간사’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사찰 답사를 하려는 사람이나 기도를 하려는 사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려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이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재영 건국불자회 회장도 ‘하사(賀辭)’에서 “《우보천리 주말 사찰연행》은 사찰이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임을 상기시켜 주고, 사찰여행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한층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국불자회는 책 발간을 기념해 4월 9일 오후 6시 30분 건국대동문회관에서 평창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과 우재영 건국불자회장, 정건수 건국대 총동문회장을 비롯한 회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년 사찰순례의 결실을 자축하는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디플랜네트워크 | 424쪽 | 2만 5000원

 

▲ 건국불자회‘우보천리 주말 사찰여행’ 출판 기념회. 채희영 발간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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