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고희를 기념해 책을 펴냈다. 그런데 스님의 일흔 번째 생일을 축하하자고 낸 책이 아니다. “큰스님께 참회하는 마음으로 펴낸 ‘고희 참회집’”이다. 평생 스승인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을 널리 알려 왔지만 불자들이 제대로 알기엔 노력이 부족했다 여겼기 때문일까? 스님의 ‘고희 참회집’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오르네》는 성철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법문집 《백일법문》과 《선문정로》, 《본지풍광》을 쉽게 풀어낸 연구자들의 논문 세 편과 성철 스님과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이들이 지켜본 성철 스님에 대한 글 두 편을 담은 사상논집이다.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 방장으로 추대된 뒤 그 해 동안거에 100일 동안 한 설법을 묶은 책이다. 성철 스님은 이 책에서 불교의 핵심은 중도(中道)에 있음을 강조했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천 년의 침묵을 깨는 사자후’에서 《백일법문》의 특징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종교적 전통성과 권위를 담지(擔持)한 종정 스님의 저작이라는 점에서 다른 전문서적 못지않은 종교적 신뢰성을 갖고 있고, 둘째, 평생 수행으로 일관한 투철한 수행자가 펼친 법문이라는 점에서 내면적 검증을 거친 저서이다. 셋째, 방대한 인용 문헌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 논저로도 손색없는 위상을 갖고 있으며, 넷째,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으로 돌아감으로써 불교의 본래성을 회복하자는, 불교의 본질적 주제에 철저하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을 통해 “불교의 근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부처님을 넘어서려는 각종 종파주의를 배격했다”며, 《백일법문》의 출간이 “교판이 풍미한 이후 1500년 만에 우리 불교계에서 아함과 초기불교 교설의 가치를 회복시킨 일대 사건이라 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강경구 동의대 교수는 ‘《선문정로》 설법의 맥락과 특징’에서 이 책이 “참선수행의 지침이자 깨달음의 자기 점검기준으로 제시된 수행자의 길잡이 책”이라고 평가했다.

“참선 수행은 견성(見性), 돈오(頓悟), 무심(無心) 등이 핵심인데, 성철 스님은 여기에 ‘완전함’이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는 강 교수는 “철저한 견성, 완전한 돈오, 궁극적 무심이 아니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므로 중간에 멈추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여기에 덧붙여 “《선문정로》의 인용문은 성철 스님의 발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철 스님은 “원문을 생략하거나 추가하는데 자유롭고,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맥을 달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문에 개입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의의 편의성과 권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용한 문장이라 해도 결국은 성철 스님의 발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김영욱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지풍광》의 화두와 현재적 의미’에서 《본지풍광》이 “해독하기 쉽지 않아 다른 저술들에 가려져 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면서 “스님의 저술 가운데 선사로서의 진면목을 이처럼 철저하게 담은 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본지풍광》은 성철 스님이 여러 공안을 추출하여 그것을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재정비한 작품으로서 전통 공안집의 형식과 정신적 골수를 그대로 담고 있다”며, “이는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빛나는 유산 중 하나이면서 전통 공안집 형식으로서는 마지막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배 뉴옥 스토니부룩대 교수와 중앙승가대 도서관장 원소 스님은 두 편의 글 ‘돈오돈수설의 종교성에 대하여’와 ‘곁에서 본 성철 스님’을 통해서 성철 스님을 만나게 된 인연부터 가르침을 받은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원소 스님은 ‘곁에서 본 성철 스님’에서 은사 성철 스님을 “수행자의 위의를 잃지 않고 평생을 통하여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은 바로 살아있는 법문이었다”며, “수행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원소 스님은 또, 출가자에게는 △불전에 대한 신심을 가져라 △시주물을 아껴라 △열심히 공부하라 △계행을 잘 지켜라 △사판승은 공심(公心)을 가지고 살림을 살아라 다섯 가지를, 재가자에게는 △자기 기도는 자기가 해야 한다 △기도할 때는 남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 △일체 유정물이 불공의 대상이다 △불공을 할 때는 남이 모르게 무주상보시를 하라고 법문했다고 회고했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동양사상으로 회귀할 것과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심을 가지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원택 스님은 “큰스님 평전이 없어 박성배 교수와 고영섭 동국대 교수, 언론인 김택근 선생에게 원고를 부탁했는데 글이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성실하고 박학한 학자님들의 붓끝을 빌어 큰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쉽게 풀어 놓았으니, 진리를 깨쳐 성불하고자 하는 부처님 제자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훌륭한 횃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경각 | 328쪽 |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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