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을수록 한 줄기 빛이 그리워지듯, 무엇 하나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큰스님의 덕화를 그리워하는 것은 불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인지상정일 게다.

정갈하고 향기로운 여운이 남는 문체로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던 법정 스님이 육신을 벗고 적멸의 세계로 든지 다섯 해가 지났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지만 불자들은 여전히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과 글을 그리워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 두 권이 스님의 기일을 맞아 세상에 나왔다.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며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유언한 터여서 스님의 법향을 그리워 하던 불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시대 풍미한 두 문장가의 대담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문장가, 법정 스님과 소설가 최인호 작가가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네 시간 동안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로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 가족, 자아, 진리, 삶의 자세, 시대정신, 참 지식, 고독, 베풂, 죽음으로 이어진다.

대담을 옮겼기에 두 사람의 말에는 미사여구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주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관통하면서 품 넓은 여운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한 사람은 불가 수행자로, 다른 한 사람은 가톨릭 신자로 각자의 종교관에 바탕을 두고 대화를 풀어나가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두 갈래가 아니다. 문학이라는 ‘종교’의 도반으로서 한 시대를 같이 느끼고 살아온 그들이기에 두 사람의 언어는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깊고 넓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원래 최인호 작가가 생전에 법정 스님의 기일에 맞춰 펴내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인호 작가는 병이 깊은 와중에도 책을 반드시 법정 스님 입적 시기를 전후해 펴내라고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여백 | 192쪽 | 1만 2000원

젊은이에게 들려주고픈 스승의 가르침

《달 같은 해》는 1998년 첫 인연을 맺은 뒤 스승의 가르침으로 삶의 참된 진리를 깨닫게 된 지은이가 젊은이들이 법정 스님이 주는 깨달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가득 스승과의 일화를 담아낸 책이다.

지은이가 담아낸 법정 스님의 모습은 맑고 향기롭다.

스님은 한밤중에 기침이 잠을 깨우면 고통스럽게 여겼는데 어느 날 ‘기침이 아니면 이 밤중에 누가 나를 불러 깨우겠는가’ 생각하고는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을테니 잠들지 말고 깨어있으라는 소식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 뒤로는 천식기침이 일어나는 그때에도 전에는 느낄 수 없던 또렷한 맑음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내게 닥친 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여 누릴 수 있으면 붓다이고, 버겁고 힘들게 여겨 떨치려 몸부림치면 중생임을 보여주셨다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이 책의 이름도 지은이와 스승과의 일화에서 따왔다. 어느 해 남도 나들이 길에 법정 스님은 뿌옇고 말간 해를 보고는 “달 같은 해”라고 했다 한다. 지은이는 자신에게 법정 스님은 ‘달 같은 해’라고 말한다. “밝은 빛이지만 은근하시기에 뜨겁지 않아 누구나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 “법정 스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아찔하다”고 말한다.

지은이가 스승을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큰나무 | 320쪽 |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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