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관리법>, 또 개정됐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 3월 18일 20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총무원장이 제출한 <법인관리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법인관리법> 시행을 미룬 것으로, 미등록법인에 대한 권리제한 일부가 오는 7월 31일까지 유예된 게 골자다.


불교계의 한 언론은 “개정안에 따르면 부칙 경과조치 1항에서 ‘미등록법인의 임직원‧소속 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의 도제는 이 법 제22조의 적용을 2015년 7월31일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또 2항에서 미등록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은 이 법 제22조 2호, 4호, 6호, 7호 및 23조 적용을 2015년 7월31일까지 유예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법조문이라고 하는 게 약간이라도 방심하면 무슨 소리인지 헛갈리기 십상이라 조금은 집중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제1항은 ‘도제’에 방점을 찍어야 된다. 미등록법인 소속 사찰 권리인과 관리인의 ‘도제’에게는 제한 없이 7월 31일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제2항은 ‘미등록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이라고 했으니 선학원의 경우 창건주나 분원장이 해당된다. 이들에게는 <법인관리법> 제22조 가운데 △선거권 및 피선거권 △각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직 △교육, 포교기관 교직 및 임직원의 권리가 ‘여전히’ 제한된다. 반면 △승려복지에 관한 각종 혜택 △선원 및 각종 교육기관 입방 △각종 증명서 발급 △종단 명칭 사용의 권리 제한은 오는 7월 31일까지 ‘유예’된다.

이와 함께 <법인관리법> 제23조도 유예되었는데, 이 조항은 <법인관리법> 가운데 6개의 조항을 위반할 경우 징계에 회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언급된 6개의 조항을 요약하면 △제4조, 법인산하에 사찰을 등록받을 수 없다 △제7조, 정관 변경할 때 종단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12조, ‘대한불교조계종’을 명기하여야 한다 △제13조, ‘대한불교조계종 선학원’은 이사의 4분의 1이상을 총무원장이 추천한다 △제14조, 법인이 해산하는 경우 대한불교조계종 유지재단에 귀속한다고 정관에 명기하라 △제16조 2항, 소정의 분담금을 총무원에 납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6개의 조항을 7월 31일까지 지키지 않더라도 징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인관리법>의 개정에는 “선학원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하고 위원장인 법등 스님이 선학원과의 대화와 협의를 위해 법 시행을 늦출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선학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법을 또 바꾸었다는 말이다. 선학원의 임원으로서는 선학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법까지 또 바꾸었다 하니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계종이 그간 <법인관리법> 바꾼 걸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다. 필자가 <불교저널>에 연재하고 있는 ‘<법인관리법>을 말한다’에 이미 지적했고, 조계종 종회의원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법인관리법>은 누더기다. 이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법등 스님, 선학원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 의욕적으로 왕성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상화’라는 건 <법인관리법>으로 선학원을 옭아매려고 애쓴다는 의미이다. 최근 들어 추진위원장의 이름으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게 만나자는 공문을 두 번이나 보냈지만 선학원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지난 17일 선학원 이사장 스님의 은사이신 지봉당 석산 대종사 열반을 계기로 ‘조문 정치’를 한 것을 포함, 예고도 없이 2번이나 선학원 이사장 스님을 불쑥 찾아왔다. 법등 스님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은 그러나 골목축구팀 아마추어 축구선수의 헛발질에 가깝다.

이번 <법인관리법> 개정의 핵심은 ‘물타기’고 ‘덮기’다. 해인사 방장 추대 문제와 법주사 산중총회 때 <법인관리법>의 이중적 적용이 불러온 혼란과 불법행위를 물타기 해서 덮으려는 꼼수라는 뜻이다. 동국대 사태도 마찬가지다. 조계종이 정상적인 집단이라면 <법인관리법>에 등록하지 않은 모든 법인의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학원을 제외한 법인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반발이 있었고 종단으로서는 이 위법적 상황, 이 불법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심한 결과 서둘러 불길을 잡으려고 ‘<법인관리법> 시행 유예’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 시행이 유예되었으니 그간 일어난 일은 없던 일로 하자는 의미이다.

만약 종단에 눈 밝은 이가 있다면 <법인관리법>이 시행된 3월 1일부터 <법인관리법>이 개정된 3월 18일까지 18일 사이에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 사회법에 제소하게 될 것이고, 판결은 볼 것도 없다.

문제는 종단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지혜로운 스님이 종단의 문제를 외면하고, 의로운 스님이 체념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릇된 것을 지적하는 용기 있는 스님이 손사래를 친다는 사실이다. 종단권력자로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법등 스님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명함을 들고 오늘도 선학원의 ‘정상화’를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삼화도량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임을 맡은 추진위원장 법등 스님. 법등 스님이 나선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본지 편집인 · 대한불교(재)선학원 교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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