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나 자신이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황당하다’, ‘당황스럽다’,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 ‘놀랍다’ 정도로 표현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얼척없다’가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테고, ‘벙찌다’ 같은 젊은이들이 쓰는 속어가 있긴 하지만 삭발염의한 입장이라 입에 담기 어렵다. 사전에서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라고 이번 문제에 딱 들어맞게 풀이한 단어는 ‘황당하다’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황당하다!

내가 지금 이런 단어들을 들먹이는 건 총무원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마음선원이 <법인관리법>에 의해 종단에 등록했다는 게 거짓말이었단다. 교계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은 대강 이렇다.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 스님이 지난 11월 17일 <법인관리법> 개정안 제안 설명에서 “기존 법은 법인 임원을 종단 소속 승려가 100% 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마음선원의 경우 이사 가운데 3분의 1이 재가불자로 구성돼 있는데 현행법으로는 등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한마음선원이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마음선원이 등록했다는 게 어쩐지 좀 수상했다. 그래서 교계 기자들은 이면계약이 있을 거라고 수군댔었다. 대각회에서 이미 그런 전례가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되짚어보면, 종단에서 정한 <법인관리법> 등록 마감의 이튿날인 지난 10월 1일 총무원 소임자들이 기자브리핑을 통해 종단등록 결과를 발표했었다. 그들은 사찰보유법인 가운데 대각회 등 6개 법인이 등록했다고 밝히면서 한마음선원에 대해서는 “극적으로 등록했다”고 설명했었다. 바로 이게 문제다.

당시 브리핑을 했던 인물은 기획국장 남전 스님과 이석심 총무차장이었다. 총무부장 정만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 일을 몰랐을 리가 없다.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있는 이해심, 없는 이해심 다 끌어내 억지로 이해해서 몰랐다고 치더라도 면피(免避)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은 공범이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 이게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아니면 불과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위인들이란 말인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드러날 게 뻔한 걸 왜 속였는지, 내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계종은 종교집단이다. 정직과 신뢰, 도덕성이 전제가 되어야만 존립할 수 있다. 크거나 작거나 간에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법인의 등록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총무원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해외 원정도박이나 폭력ㆍ성매수ㆍ불법선거 등 낯 뜨거운 문제들이 불거졌다. 이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 연이어 터져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도 당사자들이 참회는 물론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긴 참회를 기대할 정도의 인물들이라면 그런 일을 애당초에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종단의 최고 어른인 원로 스님들의 침묵도 참 이해하기 어렵다. 왜 원로 스님들까지 이렇게 꿀 먹은 벙어리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현 집행부가 원로 스님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건지, 아니면 꼬투리 잡힌 뭔가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교계 안팎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기획국장과 총무차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으니 깃털을 자르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시늉을 할지, 그 윗선에서 책임을 질지 대중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번 문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의 문제들과 함께 차곡차곡 쌓였다가 임계점에 이르게 되는 날 폭발하게 될 것이다. 언제일까? 염두에 두고 지켜볼 일이다.

한북스님/본지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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