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저녁 자승(이경식)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상좌 A 승려 사건으로 신자들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A는 조계사 인근 한정식집에서 다른 승려들과 술을 마셨다. 이후 종로경찰서에서 가까운 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향했다. 만취상태였던 A는 밤 10시께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몰고 나오다 주차관리원과 요금 시비가 붙었다. 그러는 가운데 A가 몰던 승용차는 차단기 근처 컨테이너와 충돌했다. 관리원은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종로서 경찰관이 A의 몸에서 술 냄새를 맡고 음주측정을 했다. 그 결과 0.197%로 면허취소 기준(0.1%)을 거의 2배나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종로서는 운전한 곳이 도로가 아니어서 면허취소 대신 벌금 500만원만 부과하고 음주측정기 사용대장 기록도 누락시켰다.

종로서가 임의집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감싼다는 의혹은 지난해 8월 적광 스님 폭행사건 때도 불거졌다. 종로서 소속 경찰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조계종의 호법부 승려들은 적광 스님 기자회견 자료를 빼앗고 적광 스님을 납치하다시피 총무원 지하실로 끌고가 집단폭행했다. 폭행 후 호법부 직원과 적광 스님이 식사하는 자리에 종로서 관계자가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적광 스님은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얘기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번 음주운전승려사건을 본 사람들은 “의원, 장관의 예방을 받는 조계종 원장이 있는데 종로서가 어쩔 수 있겠느냐”며 “이미 조계사 주변은 종교적인 성역이 아니라 권력 치외법권이 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음주 운전한 A와 폭행을 한 법원 승려가 의원으로 있던 대한불교조계종 종회는 지난 16일 미등록법인의 임직원 소속사찰 권리인 및 관리인과 그 도제(상좌)에 대해 ▲선거권과 피선거권 ▲승려복지에 관한 각종 혜택 ▲각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직 ▲선원 입방 및 각종 교육기관 입방 ▲교육 포교기관 교직 및 임직원 ▲각종 증명서 발급 ▲종단 명칭 사용이 제한되는 ‘연좌’ 규정을 통과시켰다. “아버지가 지은 죄까지 아들이 받아야 하느냐”며 연좌제의 위헌요소를 지적했음에도 자승 총무원장이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은 조계종의 모태인 만해 한용운의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분명히 제적원을 냈음에도 본보기로 최고형인 멸빈을 시켰다. 조계종의 상징인 선지식 송담 스님이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했을 때도 조계종의 넘버2 정만 총무부장은 신고를 하지 않아 이미 제적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 불교 전문가는 제적된 상황이 아니었다면 ‘멸빈’을 시킬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만 부장은 지난 10월 1일 “한마음선원이 종단 등록을 마쳤다”고 발표했는데 얼마 전에는 이것이 거짓말로 들통 난 적도 있다.

지난 7일에는 조계종이 선학원 임원진 4명에 대해 추가 멸빈과 제적 징계를 요청했다. 보성선원에서 어린이 법회 등을 통해 본보기로 알려지는 등 대부분 재가자들에게 계율을 잘 지키는 착한 스님으로 이름난 분들이다. 조계종이 그간 일부 승려의 혼인 증명서가 발견돼도 문서 견책으로 끝내고 상습도박이나 성추행 등의 의혹이 제기돼도 징계를 안 했던 것과 대비된다.

한 신도는 ‘가장 깨끗해야 할 성직 스님의 대표’ 를 뽑는 중앙종회 선거 전에 이미 A가 벌금형을 받은 '전과자’였는데 어떻게 종회의원으로 입후보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 불교계 기자는 조계종 종회의원 입후보자 이력서에는 '전과기록칸' 자체가 없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한불교조계종의 윤리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벌금형을 받았을 때는 입 다물고 있던 A가 보도가 나간 뒤에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낙향했다고 한다. 지난번 삼화도량의 대표 영담 스님의 자성 목소리에 “때려주는 법은 없느냐”고 막말을 했던 초선의원 역시 윤리위에 넘겨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런 판국에 호법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고, 아마도 ‘공권정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미 그만뒀는데 공권정지가 무슨 징계가 될지 의아스럽다. 근래 조계종으로부터 멸빈을 당한 ‘착한 스님’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지난 20일 “이판계 수장 모신 곳에서 새로운 100년 준비하겠다”며 한국근현대불교문화기념관 대작불사 첫 삽을 떴다. 이후 열린 분원장 회의서 “제2정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범행단(梵行團)을 구성해 계율을 지키며 정정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종과는 달리 만해 한용운이 세운 선학원 승려 가운데 계율이나 현행법을 어긴 범죄는 없었다. ‘종단 자정을 위한 불교 모임’은 도박, 성 매수 의혹, 폭행에 연루된 승려들이 총무원이나 종회에 계속 버티고있는 것 자체에 대해 “조계종은 무종의 상태에 빠졌다”며 치를 떤다.

종회의원이 전과기록을 누락시켰든 아니면 쓰는 칸이 없었든 간에 이 승려는 벌금을 부과받았을 때 이미 사퇴했어야 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려고 했던 것만으로도 승려 자격이 없다고 일부 신자는 지적한다. 조계종 종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한다. 자승 원장이 제출한 연좌제적인 규정까지 통과시켰던 종회는 A의 은사인 총무원장에게 ‘공직 사퇴’를 권고하는 게 순리라고 한 불교전문가는 지적했다. ‘그 은사에 그 제자’라며 흥분한 한 신도는 얼마 후 조계사 앞에서 사부대중이 모두 모여 총무원으로부터 우리의 불교를 접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국민이 종교를 걱정’하는 이 시대는 말법이 맞다. 고통받는 우리가 의지할 곳은 역시 우리 자신밖에 없나 보다.

* 이 글은 조계종의 개혁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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