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1위를 달리는 정봉주의 전국구(www.podbbang.com/ch/7064)에서는 생선비린내가 아닌 ‘생선 향기’라는 제목으로 불교 관련 다섯 번째 주제로 ‘왔다 조계종 선거 - 역대급 막장!’을 다뤘다. 이런 일이 실제로는 안 일어났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신자들의 마음이 무색할 정도의 내용을 다뤘다. 세상이 우리 불교와 신자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있나라는 생각에 정말 창피하다는 도반들의 말에 ‘묵언’밖에는 따로 할 대답이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의미는 전달할 수 있지만, 때로는 침묵하지 않고 말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11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200회 중앙종회 정기회를 개최했다. 16대 종회의 첫 의정활동은 원을 구성하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처럼 원내 최다선(7선)을 한 소수 야당 의원이라고 볼 수 있는 영담 스님이 임시의장으로 의장석에 앉았다. 영담 스님은 의장 선출에 앞서 임시의장으로서 16대 종회에 당부의 말을 전하는 신상발언을 자청했다. 영담 스님은 “듣기 거북한 말이 있더라도 끝까지 들어 달라”며 신상발언을 시작했다.

영담 스님은 “백양사 도박사건 후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자성과 쇄신 결사는 허울뿐, 16명에 대한 상습도박 폭로에 이어 종단 문제를 지적하는 사미를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 납치 감금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밤샘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것이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종단의 면면”이라며 조계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도박과 폭행, 술판 등 일부 종회의원과 연루된 범계 행위를 지적하는 영담 스님의 신상발언에 집권당 격인 불교광장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다.

재선인 정인 스님은 “의장 스님 그냥 물러나고 내려오십시오. 개판 만들고 이게 뭡니까?”라고 따졌다. 초선인 성무 스님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종회법에 깽판 수준인데 깽판 치는 사람 때려주라는 법 없습니까?”고 했다. 정말 승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를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일부 종교전문 매체의 기사와 동영상을 접한 불교 신자들은 “이웃종교에서 교황이 다녀간 후 신자들이 매우 고무됐는데 우리 불교는 이래도 되는가!”라며 “이유야 어쨌든 저런 막말 승려가 조계종 종회의원이라는 게 참 창피하다”고 한숨을 쉰다. ‘회의록’ 녹취기사나 유튜브에 올라온 ‘대한불교조계종 제16대 개원 종회’라는 동영상을 보고 정말 “이건 아니잖아요!”라는 다른 신도의 말에 어이 상실이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걸 보고도 자성과 쇄신 결사의 ‘도법스님’은 계속해서 ‘날 설득해 보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담 스님은 “문제점도 지적하고 그걸 우리가 귀감삼아 새롭게 출발하는 종회에서 다짐하자는 내용이다. 종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근데 그게 마치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런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임시의장으로서 여러 발언을 들었다. 임시의장으로써 목탁을 칠 수는 없다고 사료돼 의사봉을 놓겠다. 최다선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참회에 돌입하겠다. 이것이 자성과 쇄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비불교적인 언사가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고 말한 후 퇴장했다. 영담 스님은 퇴장 직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 좌복을 깔고 참회 정진을 했다.

이어서 의장 후보로 나온 명진 스님은 “인사치레로 돈 오가는 게 수행자 집단이냐”며 일갈했다. 명진 스님은 “제가 의장에 출마할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어제저녁 삼화도량 모임에 의장으로 내정된 성문 스님이 방문해 1000만원을 내놓고 갔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또 “교육원장 스님도 인사치레로 200만원을 가져왔다. 총무원장 스님이 당연직 주지인 직할사암(직영사찰)도 인사치레로 몇백만원의 돈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깽판 치면 때려주라는 법은 없느냐?”는 물음에 최근 검경은 사회법에는 있다고 대답한다. ‘무소불위’의 깡패로 통하던 이른바 ‘동네 조폭’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여성, 영세상인, 노약자 등을 괴롭히던 서민생활의 암적 존재인 ‘동네 조폭’이 잇따라 검거되고 있다. 조계종 내에도 일부이긴 하지만, 전체 승려들을 욕 먹이는 이런 승려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종회의원에도 있는가 보다. 잠시나마 이런 암적인 존재들을 만들고 방관했던 죄를 참회하고 앞으로 정화하기 위한 양심선언이 바로 아래의 임시의장 영담 스님의 인사말 [전문]이다.

◇ 2600년 불교와 1700년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와 정신문화의 보고인 불조혜명을 잇고 있는 현 우리 종단은 ‘참회’라는 부끄러운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소납은 33대 자승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으로 재임하며 우리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입니다. 총무원 집행부를 비롯한 범계 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습니다. 백양사 도박사건 후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자성과 쇄신결사는 허울뿐이었습니다.

도박사건 이후 들불처럼 번진 또 다른 16명에 대한 상습 고액도박 폭로에 이어 우리 종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미를 대낮에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납치 감금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해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역시 국고로 지은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밤샘 술판을 벌여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법인법의 형평성을 상실한 적용으로 분종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종단의 민낯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결혼하거나 성 매수를 한 승려를 문서 견책하고, 술에 취해 대리운전기사를 골프채로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동국대 감사로 추천하고 수말사 주지로 임명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반문하고자 합니다. 종단에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종회의원이, 일부이긴 하나 온갖 위법, 탈법, 편법을 동원해 당선된 종회의원이 집행부의 홍위병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소수 야당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송담 큰스님 탈종 선언의 충격에 참회의 뜻으로 당면과제인 직선제에 대한 공청회 세미나를 연기하고 종회의원 선거에 임하면서 종책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직능대표 선출 논란에 대해 양측이 변호사 자문한 것은 사회법 소송으로 가기 위한 준비 절차를 밟은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법적 하자에 관한 문제여서 가부를 표결할 수 없는 사안이고, 만약에 이대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등 원 구성을 한 뒤 각종 표결할 경우, 이후 재심호계원과 사회법 판단으로 20명에 대해 무효가 확정되면 원구성은 물론 표결까지 모두 무효가 돼 종단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됩니다.

따라서 종단의 혼란을 막고 중앙종회가 대의 기구로서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심호계원 판단 후 중앙종회 차원에서 사회법 판단을 구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16대 중앙종회 원 구성을 보류해야 할 것입니다. 밤샘 술판 등 각종 범계에 종도, 불제자, 도반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것에 대해 참회하고, 대국민 약속이었던 계파 해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또한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33대 총무원장 선거 때는 그간의 폐해를 막아 선거혁명을 이뤄보자는 종도들의 염원도 있었습니다. 백양사 도박사건 직후 부실장단이 일괄사표를 낼 때는 자승 원장스님이 저에게 ‘임기 끝까지 가자’고 했습니다. 소납은 ‘그건 쇼하자는 거다. 그럴 수 없다’며 미련 없이 총무원을 떠났습니다.

현 종회는 개헌의석을 확보하면서 총무원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은 죽었습니다. 종회는 선거 과정의 불법에 이어 폭력승을 종회의원으로 출마시키고 압도적으로 당선시킴으로써 종회가 폭력을 용인하고, 은처를 용인하고, 승려의 음주소란을 용인하고, 성희롱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33대에 이어 34대 집행부는 결사의 뜻마저 왜곡하고, 기도의 의미도 변질시키고, 속인도 꺼리는, 속인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습니다.

‘욕망이 커서 이 세상의 권세만 탐하는 이는 파멸의 문에 들 것이다.’라는 <숫타니파타>의 부처님 말씀이 뼈저리게 와 닿는 순간입니다. 임시의장으로 목탁을 칠 수 없다고 사료되어 의사봉을 놓고 최다선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정진에 돌입하겠습니다. 이것이 자성과 쇄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비불교적인 언사가 있었다면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6대 임시의장 영담 합장-

조계종의 이런 일련의 사태를 더는 방관할 수 없어 우희종 서울대 교수, 김종규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장,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주축이 된 ‘청정한 바른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불법에 대처 없다’는 ‘청정비구’를 내세워 태고종으로부터 전통사찰을 접수한 조계종이 부패와 타락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제 재가불자모임이 조계종에 ‘말기 암 선고’를 내린 선지식 송담 스님, 만해 한용운이 만든 선학원, 개혁과 정화를 바라는 삼화도량 스님들과 연대해서 헌법소원 등을 통해서 조계종으로부터 전통사찰의 관리권을 받아 사부대중 모두가 원융화합하는 ‘대안종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한 신도의 말이 범상치 않다. 종회 최다선 어른 스님인 임시의장한테 “깽판 치니까 때려주고 싶다”며 우스개로 막말한 초선 의원이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부처님일까? 앞으로 종회의원들은 발언할 때 종회 단상에 있는 불상(부처님)에 삼배하고 8정도에 맞는 발언만 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잘못된 요구일까?

* 이글은 조계종의 자성과 쇄신 즉 개혁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조계종에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도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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