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가장 큰 화두는 ‘경제 문제’이다.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현재 부딪히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은 한국불교학회 워크숍에서 ‘경영에 대한 불교의 잠재적 공헌’을 통해 그 가능성을 내비쳤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기업경영의 관계를 논의하는데 있어서 가장 적당한 출발점은 불교의 근본교리 및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과 기업경영이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불교의 그 밖의 가르침을 지극히 세속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기업경영에 응용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諸行無常]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제행무상의 원리는 불교의 근본교리인 삼법인(三法印)의 가장 첫머리에 나올 만큼 모든 존재의 참모습의 아주 중요한 속성의 하나이다. 제행무상의 이치에 따르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므로, 현재의 상태가 좋다고 해서 그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또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어차피 그것은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행무상의 원리가 오늘의 기업경영에 주는 큰 시사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늘날 같이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 예기치 못한 경쟁사, 변해가는 소비자행동 등에 대하여 단순히 과거에 해오던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시장의 변화로 경쟁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으로만 대처하려고 한다.
경영자가 쌓아온 경험은 회사를 잘 운영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또한 회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듯이 자신의 경험도 비판적으로 또 겸허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아량과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綠起法]
부처님의 깨달음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 가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此有故彼有 此起故彼起 此無故披無 此減故彼減]”(『잡아함경』) 즉, 어떤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변해 가며 소멸하게 된다는 ‘연기법’에 근거한 ‘세상의 진실한 모습’이다. 그러면 연기법이 현대의 기업경영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기업경영을 부분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여러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사회의 일부분이다. 즉 기업, 사회, 개인은 서로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업은 사회와 개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또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기업은 그것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를 잘 관리하지 않고서는 결코 번창할 수 없다.
최고경영자가 연기법을 바탕으로 모든 임직원에게 기업경영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길러준다면, 그러한 회사의 기업문화는 높은 고객지향정신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서로 돕는 직장분위기로 특징 지워질 것이다. 그런 회사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一切衆生 悉有佛性]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있다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는 불교의 특성 중의 특성이라 하겠다.『법화경』에 나오는 상불경(常不輕) 보살 이야기는 불교가 얼마나 우리 인간의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하는가를 매우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불경 보살은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들은 부처님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경영학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기업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전략적 경쟁 우위를 갖춰야만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명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바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무한한 잠재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면, 그들의 그러한 능력을 꾸준히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 기업이 자기 회사만의 독특한 경쟁우위를 갖추는 가장 확실한 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는 부처님의 지혜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현대의 기업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았다. 오늘날 치열하게 현실과 맞부딪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업들에게 있어서 현실을 중시하는 불교는 배움의 종교이기에 충분하다.

정리=편집실
참조=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의 ‘경영에 대한 불교의 잠재적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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