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곳에 절이 지어지게 되었을까? 왜 이 건물은 여기에 이런 모습을 지닌 채 서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사찰을 자주 찾는 불자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사찰조경이 여타의 장소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조경과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사찰이 종교적 공간이고 사찰조경이 불교적 우주관 및 세계관을 독특한 상징 언어를 동원하여 경관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볼 때 보다 명확해진다.
일반적으로 사찰조경은 불교가 가진 이상향적 세계를 현실세계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사찰이라고 하는 장소적 기능성을 원만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일에 관여하게 된다.
즉, 사찰조경은 사찰이 입지하게 될 좋은 땅을 찾고, 그 땅에 불교에서 추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와 기능성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건물을 배치하고 공간을 조직화하는 작업을 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종교적 상징성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경관요소들을 선택하여 그것들을 장엄하는 일 등을 내용적 범위로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우선 그것의 입지가 성과 속의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에 선정되었으며, 사찰의 공간은 수미산의 계층적 질서와 만다라의 수평·수직적 구조를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 있다.
또한 사찰에 도입된 구성요소는 그 하나하나가 부처님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관은 다른 어느 나라의 사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통사찰경관이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특질을 바탕으로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우리나라에 불교가 도입된 초기단계에서부터 우리 고유의 경관성이 사찰에서 나타날 수 있었으리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즉, 사찰의 형식이 우리 고유의 문화적 틀 속에서 외래적인 것에 대한 조절과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우리 고유의 경관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찰경관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 문화의 정체성 규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사찰조경을 통해서 나타난 사찰경관이 불교문화의 물리적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 사찰조경에 대한 이해는 우선적으로 사찰의 역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사찰조경이 사찰의 입지를 선정하고, 공간을 구성하며, 경관요소를 장엄하는 일에 관련된다는 차원에서 보면 사찰조경은 땅에 대한 이해와 건축에 대한 이해 그리고 불교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찰경관에 대한 연구는 학제적 접근 없이 단지분야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사찰경관은 아직까지도 충분한 해석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로인해 사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수 있는 건축 자재나 조경에도 관심을 두지 않아,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물과 다를 바 없이 철근콘크리트나 화강석으로 지은 사찰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실정이다. 즉, 도심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현대식 사찰 대부분 건축 자재만 현대적인 것으로 바뀌었을 뿐, 전통사찰의 상징과 기능 외에도 도심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담아낼 수 있는 사찰을 찾기에는 힘들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지금의 도심 사찰들은 수행과 예배 이외에 도심 속의 휴식처로서, 불자의 모임이나 활동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감당하기 힘들게 되고, 이것은 결국 포교 활동의 위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즉, 도심사찰을 짓기 위해 우선 고가(高價)의 토지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 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고층’만을 선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사찰이란 넓은 장소에 다양한 상징물이 있는 곳’이라는 일반인들의 개념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은 “현대 불교 건축의 원형은 전통적 불교 교리에서 찾되 단순한 복제나 모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먼저 사찰의 현대화에 대한 관련 학계의 논의가 있어야 하고, 스님들은 이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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