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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나라 전통의 사찰조경을 짧은 시간에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사찰조경이 어떠한 종교적·철학적·사상적 배경을 작품 속에 표현해 왔는가를 살피고 그것을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시도한 적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현대에 들어선 사찰 대부분 건축 자재만 현대의 것으로 바뀌었을 뿐, 전통적인 사찰조경의 종교적?철학적?사상적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사찰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사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수 있는 건축 자재나 조경에도 관심을 두지 않아,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물과 다를 바 없이 철근콘크리트나 화강석으로 지은 사찰이 대부분이다. 또한 사찰 내 삼나무 같은 큰 나무를 식재하는 가하면, 돌쌓기도 전통적인 방식보다 일본식이 더 많이 시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적인 돌쌓기는 큰 돌을 겹쳐서 수직이 되도록 하는데 반해 일본식은 둥근 돌을 층계를 이루며 쌓는다.
이에 따라 지금의 도심 사찰들은 수행과 예배 이외에 도심 속의 휴식처로서, 불자의 모임이나 활동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감당하기 힘들게 되고, 이것은 결국 포교 활동의 위축으로까지 어어지는 듯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대 사찰조경의 원형은 불교교리와 전통사찰에서 찾되 단순한 복제나 모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사찰조경에 대한 관련 학계의 담론의 장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수렴된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편집실/